3분기 실적 발표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지금까지 성적은 나쁘지 않다. 이익 발표를 끝낸 300개 기업의 매출액이 391조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1%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16.5% 증가했다. 이익에서 과다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양사를 제외하더라도 증가율이 2.9%로 나쁘지 않다. 실적 발표 초기에 비해 증가율이 둔화하기는 했지만 이익 감소를 걱정했던 것에 비해 양호한 결과다. 2분기와 견주어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영업이익이 45조1천억원로 5.3% 증가했다. 아직까지는 매 분기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하고 있는 상태다.
주가는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았다. 이익이 괜찮은 회사는 주가가 오르지 못한 반면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은 발표 당일에만 주가가 10% 이상 떨어졌다. 호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동안 악재의 영향력이 사실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현재보다 미래 실적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에 나왔다. 종합주가지수가 워낙 빠르게 내려오다 보니 개별 기업에서 발생한 재료가 시장에 묻혀 사라져 버렸다. 시시각각 달라진 실적 수치도 주가에 걸림돌이 됐다. 3분기 실적은 처음 기세와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숫자가 나빠졌다. 발표 일자가 사전에 정해져 있어 실적 발표 시작과 끝 사이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유달리 둘 사이에 차이가 컸다. 업종간 이익 편차 때문인데 처음 이익을 발표한 대형 아이티(IT)기업과 나중에 발표한 자동차 업종간 차이가 컸던 게 원인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분기에 괜찮은 성적을 낸 기업도 조만간 이익이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바뀌고 있다. 발표시점에 반영되지 못했던 이익이 뒤늦게 반영되고 있는 건데 반도체 주식이 대표적이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3분기에도 꺾이지 않았다. 주가는 삼성전자가 이익을 발표한 후에 하락했다가 종합주가지수가 안정을 찾자 빠르게 반등했다. 이미 발생한 이익을 뒤늦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적이 주가에 언제 반영되느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사전에 반영되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사후에 반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대세 상승 초기에는 이미 발생한 이익이, 중기에는 지금 발생하고 있는 이익이, 끝 무렵에는 앞으로 발생할 이익이 주가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3분기 실적 발표가 끝난 종목을 눈 여겨 봤으면 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투자심리는 보수적이 된다. 종합주가지수 2000에서 반등할 때 업종대표주가 각광을 받았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이미 발생한 이익도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이종우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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