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후 미국 시장이 50일 넘게 열렸다. 그 중 하루에 1% 이상 오르거나 떨어진 날이 20일을 넘는다. 정확한 비율은 42%이다. 아이티(IT)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1월부터 버블 붕괴가 시작된 4월 초까지 70일 동안 등락률이 1%를 넘은 날도 43% 였다. 미국 시장은 연간 주가 등락률이 10%를 넘는 해가 많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곳이다. 이런 시장이 과거 주가가 불안정했을 때와 맞먹을 정도로 변동성이 커졌다는 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투자심리가 상당히 불안하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확신없이 주가를 따라 가고 있는 상태인데, 이런 흐름은 주가가 한쪽 방향으로 쏠리면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시장은 10월에 2000 밑으로 한번 내려갔다 왔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크지 않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 시장이 계속 하락해 연중 최저치를 깨고 내려갈 경우 우리 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 10월 이후 에스앤피(S&P)500지수가 10% 가까이 떨어지고, 12월 첫 주 4거래일 동안 두번이나 2%가 넘는 하락을 기록한 게 부담이 된다.
미국 시장 하락은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금은 괜찮지만 조만간 경제가 정점에 도달하는 게 아닌지, 정점에 도달하면 이후 주가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두려움이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가 주목받은 것도 그래서다. 월 초에 미국의 3년 만기 국채와 5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의 순서가 뒤바뀌었다. 2007년 6월 이후 11년 6개월만에 처음 일어난 일이다. 단기 수익률은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에 의해, 장기 수익률은 경기 전망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 금리의 역전은 경기 둔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1980년 이후 미국은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6개월~1년이 지난 뒤 경기가 예외 없이 둔화됐었다.
지금까지 미국 주식시장이 가장 오랜 기간 오른 건 1990년대 10년간이다. 그리고 이번이 두번째다. 1990년대 상승은 아이티 버블 붕괴로 마무리됐다. 아직 상승기간과 상승률이 90년대 말에 미치지는 못한다. 나스닥 주가를 평가하는 주가순이익배율(PER)도 그 때 60배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미국 시장이 하락하더라도 아이티 버블 때처럼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요란하지 않다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일
반적인 하락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데, 그 정도로도 우리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중간 무역분쟁은 하나의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 말은 요란하지만 실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미국 주가 하락은 다르다. 시장의 근본과 관련된 부분이므로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종우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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