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공기업·금융업 7년새 27만개 줄어
이른바 ‘물좋은’ 직장으로 꼽히는 대기업과 공기업, 금융회사의 일자리가 줄고,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노동부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30대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와 공기업, 금융회사의 종업원 수는 1997년 157만9천명이었으나 2004년엔 130만5천명으로 27만4천명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전체 취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4%에서 5.8%로 낮아졌다. 이 기간에 전체 취업자의 수가 134만명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고용과 비교적 높은 급여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알 수있다.
분야별로는 30대 그룹 소속 종업원수가 1997년 87만9천명에서 2000년 69만5천명, 2004년 67만2천명으로 줄었고, 공기업도 1997년 25만3천명에서 2004년엔 22만2천명으로 줄었다. 금융업도 같은 기간 44만7천명에서 41만1천명이 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주요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이고, 공공부문 고용 비중도 선진국의 3분의 1이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질의 고용 창출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동안 소득이 낮은 일자리가 늘어나,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을 앞질렀다.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3분의 2 이하를 받는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미국은 약 25%지만, 우리나라는 2003년 27.5%로 미국 수준을 넘어선 뒤 2004년(26.3%)과 2005년(26.8%)에도 꾸준히 2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연구원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의 구조개선과 혁신형 중소기업의 육성, 노동시장 환경개선을 정책과제로 삼아 공공과 민간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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