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지금 외출 중
맞벌이 위해 거리로 내몰린 주부들… 일자리 있어도 저임금, 비정규직에 운다
“아니 살림하는 사람이 집에 안 있고 어디 갔었어?”
서울 봉천동 김씨(39)는 최근 부쩍 외출이 잦아진 아내의 행동에 화가 치밀었다.
“응. 애들 학용품 값이라도 벌어볼라고 위층 민영이네 가서 인형 조각 오리고 왔어요.”
아내의 답변에 김씨는 무안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했다.
“에이, 관둬라. 그거 해서 몇 푼이나 번다고…. 내가 아무리 못 벌어온다지만 왜 밖에 싸돌아다니면서 아등바등 돈 벌러 다니냐? 난 이해가 안 된다.”
김씨는 아내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김씨 부부의 경우는 박봉도 문제였지만 잦은 이직으로 인해 대출 이자가 점점 쌓여가는 생활고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막상 아내가 인형 옷감을 오린다니 반감이 앞서버렸다. 묵인하고 있자니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 같아 심히 언짢았다.
김씨는 순간적으로 자존심이 상해 화를 내고 말았지만 오히려 많은 직장 남성들은 김씨와 반대로 전업주부의 외출을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많은 경우 직장 남자들이 아내의 취업이나 부업 또는 창업을 권하거나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최근 가사 일에 전념하던 전업주부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일이 잦아졌다. 경기불황이 원인으로 지목 받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전업주부 구직자들을 위한 취업 관련 행사들도 다양하다. 지난 9월 15일 올 하반기 전업 주부를 위한 ‘2006 인천 여성취업페스티벌’이 인천 중소기업제품종합전시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총 200여개 기업이 참여해 약 천 명의 여성인력 일자리가 제공됐다.
부산에서도 미취업 및 재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이나 주부 구직자들을 위한 '2006 부산여성 취업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지난 9월 20일부터 사흘간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부산지역 400여 회사가 참가해 여성 및 전업주부 구직자 등을 대상으로 현장면접을 실시했다. 전업주부 취업 ‘솟아날 구멍 있다’ 대형 할인매장에서도 일자리 알선, 직업훈련 안내 등의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동부는 9월부터 전업주부의 경제활동 참여를 돕기 위해 이마트 서수원점, 롯데마트 금천점 등 대형 할인매장 2곳에 ‘주부취업상담실’을 운영 중에 있다. 상담실은 ‘직업적성 진단서비스, 구직등록 및 일자리 알선, 직업훈련·자격 안내 및 상담, 취업상담 및 취업준비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동부는 올 하반기동안 ‘주부취업상담실’을 시범 운영한 후 성과를 보아가며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부 구직자들을 위한 다양한 취업특강도 전개 되고 있다. 서울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seoulgangnam.jobcenter.go.kr)에서는 주부 구직자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9월 28~29일 양일간 ‘대한민국 아줌마 파이팅’이라는 주제 아래 여성, 주부를 위한 취업특강을 진행한다. 이번 특강은 재취업을 준비하는 여성 구직자들에게 필요한 이력서 작성법이나 면접전략 등 전반적인 취업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잡코리아 정유민 이사는 “일을 그만둔 지 오래 된 전업주부들의 경우 취업 관련 박람회나 특강 등을 적극 활용한다면 진로선택을 위한 취업 관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경기불황에 실업대란이라는 이중고 속에 전업주부의 취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솟아날 구멍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여성취업 프로그램이 널려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 재취업, 창업, 부업 등 주부의 상황에 맞게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여성고용촉진훈련이나 여성인력개발센터, 서울시의 여성발전센터 등을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취업교육도 받고 취업알선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재취업 하려거든 과거를 잊어라
새로운 직장에 적응 못해 이직률 높아… 여성인력개발센터 재교육 시스템 도움될 것
여성취업센터에서 마련한 네일아트 교육이나 출장요리사 교육 같은 인기 프로그램은 평균 4:1의 경쟁률을 보인다. 일반 무료 취업교육도 평균 2.5:1의 경쟁률이다. 그나마 사전에 미리 접수하지 않으면 기회는 없다. 서울 방화동에 사는 이미경(32) 주부는 리서치와 관련된 아르바이트 정보에는 거의 프로급이다. 리서치 아르바이트 중 단지 참석만 하면 1시간에 약 3만원 정도 주는 '좌담회' 정보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리서치 회사의 선, 후배 인맥을 동원해 손을 써 놓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결혼 전 리서치 회사에서 슈퍼바이저로 근무했다. 슈퍼바이저라는 직종은 설문지 검증과 조사원을 관리 감독하는 것이 주 업무다. 따라서 퇴근 시간 늦은 편이고 일의 강도가 높은 전문 직종에 해당한다. 이씨는 결혼 후 출산과 육아문제로 회사를 그만뒀다. 그러나 최근 이씨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시 취업 준비에 나섰다. 저녁 7시까지 아이에게 방과 후 수업을 해주며 돌봐줄 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씨는 가급적이면 리서치 회사에서 다시 슈퍼바이저로 재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이씨는 자신의 경력을 포기한 채 시간제로 일할 수 있는 리서치 설문조사와 리서치와 관련된 아르바이트만 하는 실정이다. 아이를 7시까지만 맡겨놓은 상황에서 선뜻 슈퍼바이저 일을 시작하기엔 곤란하며 자신의 사정을 이해해줄 만한 회사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씨의 경우처럼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은 비정규직으로의 재취업으로 이어진다. 그나마 이씨의 경우는 자신이 능통한 분야의 아르바이트를 고집하기 때문에 문제가 덜한 편이다. 결혼 전 전문분야에서 경력이 있던 대부분의 주부들은 자신의 경력과 무관한 업종으로 재취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의 발표는 이를 뒷받침한다. 발표에 따르면 주부의 재취업이 증가하고 있으나 재취업에 성공한 여성 66%가 영업, 판매, 생산조립직 등 비정규직으로 취업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을 경력 단절 주부에 대한 적절한 재취업 교육 부족에 있다고 본다.
일을 시작하려고 해도 일을 그만둔 지 오래 된 전업주부들은 무엇부터 시작할지 망설이게 마련이다. 과연 ‘내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주부 취업자에게 일자리 알선만 하는 방식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취업과 동시에 이직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주부취업알선센터는 여성가족부와 각 시 · 도, 각 구 · 군 등에 설치되어 넘쳐나는 상황이다. 또 각 부처는 높은 취업률만 성과로 내세우며 타 취업알선기관과의 경쟁에 바쁘다. 하지만 취업알선센터의 이면을 살펴보면 취업률과 비례적으로 이직율도 함께 늘고 있다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취업 알선 전문가들은 “주부의 경우 경력 단절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취업을 알선하면 곧 이직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경력 단절 주부의 경우 취업에 앞서 의식교육부터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주부취업상담센터에서 근무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김미영(34)씨는 “경력 단절 주부들의 경우 자신이 과거에 일할 땐 이랬는데 … 라며 과거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절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충고했다.
또 주부들이 새롭게 일할 분야에 대해 충분히 숙지를 하고 나서 취업교육에 임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러면 교육 이수율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취업률도 동반해 증가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런 경우 이직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현재 국내에서 경력 단절로 불안을 느끼는 주부를 위한 교육기관은 흔치 않다.
18개의 여성관련 단체가 참여해서 운영되는 여성인력개발센터(www.vocation.or.kr)는 여성 취업 알선 및 교육 프로그램 운영 면에서 선두역할을 하고 있는 단체다. 현재 서울에 15개, 전국에 51개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취업교육 자체가 무료이거나 상대적으로 수강료가 저렴하다.
원경록 여성인력개발센터사무국장은 “주부 취업에 있어 취업 희망자의 커리어를 고려해 재교육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여성인력개발센터만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또 원 국장은 다만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50개 센터가 작년부터 지자체에 이양되었다. 그래서 일부지역의 경우 지자체단체장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있다. 이 경우 예산 확보가 어려워 교육과정 자체가 형식적인 차원에서 운영될까 염려가 앞선다”고 말했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부산에서도 미취업 및 재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이나 주부 구직자들을 위한 '2006 부산여성 취업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지난 9월 20일부터 사흘간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부산지역 400여 회사가 참가해 여성 및 전업주부 구직자 등을 대상으로 현장면접을 실시했다. 전업주부 취업 ‘솟아날 구멍 있다’ 대형 할인매장에서도 일자리 알선, 직업훈련 안내 등의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동부는 9월부터 전업주부의 경제활동 참여를 돕기 위해 이마트 서수원점, 롯데마트 금천점 등 대형 할인매장 2곳에 ‘주부취업상담실’을 운영 중에 있다. 상담실은 ‘직업적성 진단서비스, 구직등록 및 일자리 알선, 직업훈련·자격 안내 및 상담, 취업상담 및 취업준비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동부는 올 하반기동안 ‘주부취업상담실’을 시범 운영한 후 성과를 보아가며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부 구직자들을 위한 다양한 취업특강도 전개 되고 있다. 서울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seoulgangnam.jobcenter.go.kr)에서는 주부 구직자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9월 28~29일 양일간 ‘대한민국 아줌마 파이팅’이라는 주제 아래 여성, 주부를 위한 취업특강을 진행한다. 이번 특강은 재취업을 준비하는 여성 구직자들에게 필요한 이력서 작성법이나 면접전략 등 전반적인 취업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잡코리아 정유민 이사는 “일을 그만둔 지 오래 된 전업주부들의 경우 취업 관련 박람회나 특강 등을 적극 활용한다면 진로선택을 위한 취업 관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경기불황에 실업대란이라는 이중고 속에 전업주부의 취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솟아날 구멍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여성취업 프로그램이 널려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 재취업, 창업, 부업 등 주부의 상황에 맞게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여성고용촉진훈련이나 여성인력개발센터, 서울시의 여성발전센터 등을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취업교육도 받고 취업알선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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