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기업까지 ‘인재수혈 대행’ 늘어 업계 치열한 쟁탈전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을 지낸 박아무개(54)씨는 최근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ㄱ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ㄱ그룹은 지난해 휴대전화 부품업체의 인수합병을 마친 뒤 새 경영자를 찾았지만, 내부에 관련 분야 경험자를 찾기가 힘들었다. 이에 따라 이 그룹은 바깥으로 눈을 돌려 하이닉스 자회사의 시이오, 엠피3플레이어 제조업체의 전직 사장 등을 접촉했다. 당시 물밑 작업을 총괄한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는 “박 사장의 경우 다음번 그룹인사에서 자리를 옮긴다는 정보를 입수해 접근한 경우”라면서 “아이티산업에 밝고 삼성그룹의 현직 시이오라는 장점이 경쟁자들을 압도했다”고 설명했다.
헤드헌팅업체로 통칭되는 써치펌들이 기업의 최고경영자 영입을 대행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대기업·공사는 물론, 중견 기업들까지 써치펌을 통한 인재 수혈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대기업 시이오들의 코스닥 기업행이다. 코스닥상장협의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에만 삼성그룹 계열사 출신 89명이 코스닥 상장기업 시이오로 영입됐다. 이밖에 엘지(25명), 에스케이(18명), 현대·기아차(15명) 등에서도 코스닥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임원·간부가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최근 2~3년 동안 상장사의 경우 사장급 영입의 20~30%가 써치펌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두산, 효성, 등 그룹문화와 사업구조에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대기업들도 ‘헤드헌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써치펌들의 활약은 공기업이나 정부 산하기관의 시이오 영입에서도 두드러진다. 최근 사장후보 접수를 마감한 한국증권금융의 경우, 2년 전 홍석주 사장을 선임할 때 컨설팅을 맡았던 헤드헌팅업체가 이번 공모에도 주간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만 해도 한국석유공사의 황두열 사장,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이재희 사장 , 한국가스공사의 이수호 사장 등 민간기업 출신 시이오들이 써치펌들의 소개로 영입됐다. 한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헤드헌팅 업체가 개입한다 해서 낙하산인사 논란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공모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내 시이오 헤드헌팅 시장에서는 커리어케어, 탑경영컨설팅, 유니코써어치, 엔터웨이, 유앤파트너스 등 토종업체들과 콘페리인터내셔널, 하이드릭앤스트러글 등 다국적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시이오 헤드헌팅에 성공하면 한해 연봉의 30% 안팎이 써치펌에게 돌아갈 만큼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커리어케어의 신현만 대표는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우리 기업들이 시이오급 외부인재 영입에 갈수록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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