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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기업들 ‘직장인 스트레스를 잡아라’

등록 2007-04-15 19:29

에스케이㈜ 임직원들이 사내에 마련된 상담서비스 공간인 ‘하모니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에스케이㈜ 제공
에스케이㈜ 임직원들이 사내에 마련된 상담서비스 공간인 ‘하모니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에스케이㈜ 제공
직장인 지원프로그램 확산
대기업 과장 3년차인 김은실(가명·37살)씨는 초등학생 2학년 딸 문제로 가슴이 먹먹할 때가 많았다. 아이가 외로움도 타고 버릇도 나빠지는데, 무역업체를 다니는 남편은 육아에 통 관심이 없었다. 고민 끝에 찾은 회사 내 상담실에서 그는 제일 먼저 ‘원가족’에 대한 설문조사에 응했다. 자신이 워킹맘(일하는 엄마) 아래서 자라난 까닭에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 과장은 2주 전부터 부모교육과 커뮤니케이션 방법론 강의를 수강하기 시작했고, 내주에는 남편과 공동상담도 받기로 했다.

우울증 잡아야 기업도 이득
스트레스 진단에 아로마 치료
전문가 연계 심리상담실 늘려

회사는 ‘마음의 병’을 대량생산하는 공장이다.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는 가정불화로, 명퇴(명예퇴직) 같은 흉흉한 말들은 재무적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마음의 병이 생기면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많은 국내 기업들도 임직원들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한 이에이피(EAP·직장인 지원 프로그램)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이피는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운용되고 있을까?

대기업 중에서는 엘지그룹이 2005년부터 계열사별로 심리상담실 확대에 나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초 엘지전자 우면동 연구소에 마련된 ‘맘풀이’라는 상담실은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진단기를 갖추고 음악감상 및 아로마치료 공간까지 확보했다. 지난해 모두 1736건의 상담실적을 기록했는데, 차부장급 연구원의 이용 비율이 가장 높았다. 국내에서 이에이피 분야에 가장 선도적이었던 삼성은 외환위기 때도 상담실을 폐지하지 않고 계속 확대해,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사업장에 심리상담실이 개설돼 있다. 에스케이는 2005년부터 ‘하모니아’라는 이에이피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동부화재도 지난해 10월 사내 직원상담소를 개설한 상태다.

이에이피는 상담전문가들이 배치된 심리상담실을 기업들이 직접 설치하거나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에스케이의 하모니아에는 정신과 의사·심리상담사·재테크 컨설턴트 등 10여 명의 상담전문가가 배치돼 있다. 사내에 상담실을 운영할 경우 가장 중요한 성공 포인트는 비밀이 지켜진다는 신뢰를 쌓는 것이다. 엘지전자 ‘맘풀이’는 양호실이나 휴게실처럼 편안히 활용할 수 있게끔 예약제를 없앴으며, 화장실과 회의실 바로 옆에 상담실을 둬서 남들의 이목을 의식하지 않게 배려했다.

실제 이용과정은 보통 예약을 거쳐 상담사를 만나고, 필요에 따라 분야별 전문가나 타기관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금융권과 공기업 등 10개사의 스트레스 관리를 대행하는 다인시앤엠의 개별상담 프로세스를 보면, 기업 종업원과 가족은 물론 직장 상사까지 전화·이메일 예약 또는 핫라인을 통해 상담을 의뢰할 수 있다. 이후 초기면담→일반상담→추적상담의 3단계 상담절차를 거친다. ‘맘풀이’의 상담절차는 상담사 개별상담→심리(성격·스트레스)검사→세부 실행계획 수립 및 실천→목표달성 확인 등의 과정으로 짜여 있다. 외국계 이에이피 대행사인 휴먼다이나믹의 조은혜 컨설턴트는 “이런 만남은 보통 기업 내 상담실 또는 외부 장소에서 이뤄지지만, 대기업 지방공장에 일종의 순회보건소를 차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종업원 스트레스 감소를 위한 투자는 국내 기업들로서도 남는 장사다. 엘지경제연구원의 박지원 선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국내에서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는 2000년 27건에서 2004년 107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인 뇌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산재 승인 건수도 같은 기간 1950건에서 2285건으로 늘어났다. 2003년 기준으로 국내 기업의 스트레스에 따른 산재손실액만 6600억원에 이를 정도다. 이에 대해 엘지전자의 박경희 상담실장은 “개인주의 문화의 빠른 확산과 평생직장 개념의 붕괴 등을 고려하면 직장인 스트레스 관리의 필요성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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