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판노조원 우울증 진단결과
녹색병원, 대우자판 192명 진단 결과 절반 이상 우울증
통폐합 등 직업불안정 특히 높아…대우쪽 “신뢰성 의문”
통폐합 등 직업불안정 특히 높아…대우쪽 “신뢰성 의문”
1999년 대우자동차판매에 입사한 유아무개(38)씨는 지난해 8월까지 영업소를 네 차례나 옮겨야 했다. 회사가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영업소들을 통폐합시키는 바람에 유씨가 근무했던 지점들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심하게는 보름 만에 영업소를 옮긴 적도 있었다. 잦은 전근에 판매실적은 급격히 줄었다. 1시간마다 잠을 깨는 심한 불면증도 찾아왔다. 결국 병원을 찾은 유씨는 ‘심각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원진재단 부설 녹색병원은, 지난해 11~12월 대우자판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우울증 진단 결과, 응답자 192명의 절반이 넘는 102명(53.1%)이 상담이 필요한 우울증 상태였고 이 가운데 50명은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같은 기간 실시된 노조원 207명에 대한 ‘직무 스트레스 측정 결과’도 국내 노동자들의 평균 점수 50.8점보다 훨씬 높은 61.5점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노조 쪽은 회사가 최근 몇년 동안 꾸준히 지점 통폐합 방침에 따라 영업소를 폐쇄해 왔고, 급기야 지난해 10월엔 승용차판매부문을 분사하면서 영업사원들을 모두 신설 법인으로 발령낸 데서 빚어졌다고 보고 있다. 직무 스트레스 측정 항목 중 ‘직업 불안정’(80.1점) 등의 항목에서 특히 점수가 높게 나온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진필 노조위원장은 “전근이 잦을수록 우울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과로사가 일본에서 전해진 개념이라면, 직무 스트레스는 미국 등 서구에서 온 개념이다. 부적절한 의사소통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상시적 기업 구조조정 등과 함께 직원들의 직무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심혈관계 등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대우자판 안석수 홍보팀장은 “조합원들의 주관적 소견에 기초한 검진은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