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찬반투표 뒤 협상 이례적…선고 앞둔 정몽구 회장 재판이 변수될 듯
올해 임·단협 결렬로 또 다시 파업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사가 3일 재교섭을 통해 막판 대타결을 시도한다. 이상욱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31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1일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결정하겠지만 회사가 요청한 교섭재개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교섭에 나설 뜻임을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31일 파업 찬반투표를 한 뒤 9월4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투표 뒤 교섭을 재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협상 타결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번 교섭에서 노사는 근무형태와 성과급 지급방식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전주공장의 주야 맞교대를 주간 연속 2교대로 조기 전환하자고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 쪽은 생산성 향상방안을 마련한 뒤 예정대로 2009년에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또 노조는 상여금을 현 700%에서 800%로 인상할 것을 바라지만 회사는 사실상 해마다 별도 성과급이 200~300% 지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정급여인 상여금까지 100% 올리면 1000%가 넘는 상여금이 지급된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노조는 기아차가 실시하는 퇴직금 누진제를 근속 10년차 이상을 대상으로 즉각 시행하자는 입장인 반면, 회사는 퇴직금 누진제가 시대에 맞지 않는 잘못된 관행임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쟁점에서 노사간 이견이 팽팽하지만 일부에서는 극적인 타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노사가 예전과는 다르게 협상 타결을 위한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섭 결렬 이후 쟁의 조정기간에 날마다 실무교섭을 계속하는 것이나, 파업 찬반투표일 하루 전날 회사 쪽에서 교섭 재개를 요구한 점 등은 예전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윤여철 현대차 사장은 이날 오후 이상욱 노조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교섭 재개를 촉구한 뒤 기자들한테 “3일 교섭이 실질 교섭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도 “조합원들에게 납득할만한 내용을 제시하면…”이라는 단서를 전제로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주변에선 노사 모두 적당한 명분이 주어지면 파업 전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노조 쪽 한 교섭위원은 “파업에 들어가면 회사로서도 여러 악재가 겹치므로 재교섭에서 뭔가 선물을 들고 오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두 차례나 파업을 벌인 노조 내부에서도 비판여론이 있는만큼 파업을 강행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이날 새벽부터 울산·전주·아산공장 등 전국 사업장의 4만4천여 조합원을 상대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였다.
울산/김광수,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울산/김광수,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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