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 하나은행, 한국아이비엠 등이 함께 설립한 ‘푸르니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 15% 탄력근무 실시…“러시아워 해방 만족”
KT 보육시설 밤에도 아이 맡아줘 야근부담 덜어
KT 보육시설 밤에도 아이 맡아줘 야근부담 덜어
가족친화경영 도입기업이 늘고 있다. 근로자가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정책, 교육 등의 지원을 통해 새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18일 뉴패러다임센터와 취업포털 인크루트, 잡코리아 등에 따르면, 씨제이, 코원시스템, 삼일제약, 한국아이비엠, 대웅제약 같은 기업들이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 제도를 운용하거나 자녀 육아기에 근로시간을 줄이고 사내 육아시설을 설치하는 등 가족친화경영기법을 도입한 대표적 사례들로 꼽힌다.
먼저 근무시간대를 근로자가 조절하는 탄력적 근무시간 제도는 국내기업 10곳 중 한곳이 시행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인사동호회 에이치아르 월드가 지난8월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905개사의 인사담당자 중 15.1%가 ‘현재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부서에서 운용하는 경우가 57.7%로 가장 많았고, 부서단위로 하거나 개인 선택에 맡기는 경우는 각각 31.4%와 10.9%였다. 응답한 인사담당자의 89.8%는 탄력근무제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복잡한 출퇴근 시간대에서 해방(76.1%) △진학 등 자기계발 시간 확보(35.1%) △육아·가사 시간의 여유(23.4%) △투잡·창업 고려 가능(11.7%) 등이 꼽혔다.
피엠피, 내비게이션 등을 만드는 벤처기업 코원시스템은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직원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맞춤형 근무시간표를 짤 수 있다. 밤 12시에 출근해 오전 8시에 퇴근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이 회사 인터넷 미디어팀의 박영건 과장(34)은 “임신 중인 아내 대신 아침식사, 설거지, 간단한 청소를 마치고 오전 10시 안팎까지 출근하고 있다”면서 “지하철 2호선 러시아워도 끔찍하고 오전 이른 시간대에는 업무효율도 떨어지기 때문에 회사쪽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씨제이 그룹의 경우 70여명이 ‘모성보호 플렉서블 타임’을 적용받고 있는데, 대부분 어린 자녀를 둔 여직원들이다.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로는 한국아이비엠, 벽산, 삼성에스디에스, 대웅제약, 대한항공 등을 꼽을 수 있다. 2005년 하반기 재택근무를 본격화한 한국아이비엠에서는 20~30명의 직원들이 6개월~1년동안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해 업무를 보고, 사내 아이피 전화와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를 연동해 자리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등 불편함이 없다는 게 회사쪽의 설명이다. 아이가 5살이 될 때까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대웅제약에서 이 제도를 신청한 직원은 회의와 업무보고 등을 위해 일주일에 한두번만 출근하면 된다. 2001년 시행돼 지금까지 10여명이 활용했는데, 연봉의 90% 정도를 받는 편이라 임금삭감 우려도 크지 않다. 이밖에 대한항공은 110여명의 중증 장애인 직원들을 위해 재택근무직을 만들어 둔 상태다.
직장보육시설을 마련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교, 하나은행, 한국아이비엠 등은 ‘푸른보육경영’이라는 기관을 설립해 서울 서초동과 분당, 일산 등에서 ‘푸르니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케이티가 만든 꿈나무 어린이집은 근로자가 야근 또는 회식이 있을 때 밤 10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또 한미파슨스, 동문건설, 월드건설 등은 50만~3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문제는 국내 여성근로자들의 경우 일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여전히 강력한 문화적 저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화여대 사회학과의 이주희 교수는 “장시간 일하고 동료·고객과의 폭음 등이 조직 충성도를 가늠한다는 인식, 육아·출산휴가 사용이 인사평가 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불안감, 탄력·재택근무 등을 활용하면 동료에게 일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보는 시선 등이 여전하다”면서 “직장과 가정 내에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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