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눗방울 공연 ‘버블리스트’ 신용씨
[최영순의 톡톡 튀는 직업인] 비눗방울 공연 ‘버블리스트’ 신용씨
무지갯빛 비눗방울이 솟구치고, 2m 대형 비눗방울 속에 아이들이 갇히기도 하고, 비눗방울 벽을 통과하는 환상적 장면을 볼 수 있는 ‘버블 쇼.’ 비눗방울을 소재로 마법처럼 펼쳐지는 버블 퍼포먼스는 화려한 무대 효과가 어우러져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용(34)씨는 이런 버블 쇼를 우리나라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국내 버블리스트 1호이다.
신씨가 버블 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 우연히 지방에서 비눗방울 공연을 보면서였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던 그에게 무대조명에 비친 아름다운 비눗방울과 버블리스트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 지난 2003년 버블 쇼를 시작했다. “비눗방울 공연에 대한 자료가 제대로 없어 스스로 연구할 수밖에 없었어요. 벽에 부딪힐 때도 많았지만 남이 하지 않는 분야이니 오히려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개척자처럼 그는 하나에서 열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버블 쇼 장비는 마술 도구와는 달리 구입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공연에 필요한 장비를 파는 곳이 없어 고물상이나 철물점에서 파이프, 철사, 막대 등을 구해 만들며 점차 노하우를 쌓았어요. 비눗방울 용액 만들기도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고 일본인 버블리스트에게 자문을 구해가며 제조했죠.”
신씨의 작업실은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미술학원 옆에 있다. 미술학원에서 쓰이는 다양한 미술 도구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학원 아이들 앞에서 연습 겸 실연을 펼쳐보기도 한다.
공연은 한 달에 10~15회 정도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 버블리스트가 저 혼자뿐이라 여기저기 부르는 곳은 많습니다. 특히 주말에는 지방공연을 많이 다니고 있어요.” 버블 쇼는 날씨와 장소에 워낙 민감해 까다로운 공연이다. 이 때문에 항상 공연 2시간 전에 행사장에 도착해 주변 여건을 따져 보고 알맞은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신씨는 장비나 제작에 한계를 느낄 때 가장 힘들지만 공연장에서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을 보면 다시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동료나 선배 버블리스트가 없기에 의논할 상대가 없어 외롭고 힘들답니다. 하지만 이런 공연을 내가 아니면 누가 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굉장히 보람을 느끼게 돼요.”
앞으로 신씨의 목표는 감동을 주는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다. “비눗방울로 행복한 웃음과 감동, 그리고 약간의 눈물이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게 저의 소박한 꿈입니다. 꼭 최고가 아니더라도 진정한 공연자가 되고 싶습니다.”
최영순의 톡톡 튀는 직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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