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강원도 평창에서 진행된 휴맥스의 셀프리더십 트레이닝에서 임직원들이 명상 수련을 하고 있다.
명상·기체조 기본…비만·탈모·세금 상담도 제공
정신건강 프로그램 운영 효과 ‘비용대비 4~5배’
정신건강 프로그램 운영 효과 ‘비용대비 4~5배’
휴맥스 디지털기기 사업부의 곽병덕(35) 과장은 지난 6월 회사에서 마련한 ‘셀프 리더십 트레이닝’을 다녀왔다. 셀프 리더십 트레이닝은 매년 서너 차례씩 팀장·과장급 6명 안팎을 강원도 평창에 보내 낮에는 홀로 숲길을 걷고 밤에는 명상과 자기진단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팀장·과장급들에게 일은 물론 가정 생활로부터도 한발짝 떨어져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주는 것인데, 회사로서는 앞으로 리더가 될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팀워크 능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곽 과장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30대가 넘으면 신체적 나이는 환갑이라고 할만큼 심한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고 생활습관병도 많은 게 현실”이라며 “평창에 다녀온 뒤론 독불장군 같은 성격도 반성하게 됐고, 운동을 시작한 덕분에 올해 초 6개월 간 미국 출장 뒤 불어났던 체중도 다시 줄였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의 ‘마음’을 관리하라!’
직장인들이 회사 업무와 가정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기업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내 상담실을 운영하거나 명상·기체조 등으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휴맥스, 락앤락, 유한킴벌리, 엘지시앤에스, 신한은행, 현대하이스코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유한킴벌리와 현대하이스코는 외부 전문기관에 맡겨 직원과 그 가족들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2002년부터 ‘피톤치드’라는 직원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림욕이 마음의 안정을 돕듯, 면대면 또는 온라인·전화 상담을 통해 조직내 인간관계나 가정생활·재테크 고민 따위를 풀어준다. 회사 쪽이 밝힌 직원들의 상담내역을 구분해 보면, 결혼·부부·자녀관련 상담이 50% 이상으로 가장 많고, 본인 경력개발이나 업무적인 문제는 20% 안팎이다. 현대하이스코도 직장생활에서 빚어지는 문제뿐만 아니라 부동산, 세금, 부부관계, 비만, 탈모까지 여러 분야의 고민을 상담해준다. 또 올해 2월에는 감사하고 싶은 사람을 추천받아 꽃 배달을 해주는 행사를 진행했고, 현재 3주 과정의 온라인 정신건강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엘지시앤에스와 신한은행은 사내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엘지시앤에스의 ‘마음쉼터’는 직장 내 스트레스 상담과 더불어 성격·적성·정신건강 등 전문적 심리검사와 해석상담도 제공한다. 정보기술 서비스업이라는 특성상 전국 고객사에 파견나가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이메일과 메신저 등을 통한 온라인 상담이 활성화 돼 있다는 게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2년부터 ‘직원만족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직급·성별을 감안해 구성된 행내 상담사들이 조직 내 갈등과 경력관련 고민을 들어주고, 외부전문가들이 생활법률, 세무, 자녀문제 등의 해결을 돕는 시스템이다.
‘임직원 마음관리’는 대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락앤락 아산공장에서는 아줌마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몸 살림 운동’이라는 일종의 기체조·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부러진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거나 서있어야 하는 생산직 사원들의 경직된 근육은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풀어주자는 목적에서다. 또 지난7월부터는 ‘인성연마 프로그램’까지 도입해 회사 곳곳에 감사, 겸손, 목적의식 등 52가지 미덕이 담긴 ‘버츄 카드’를 비치했다. 직원 간 인간관계나 인성에서 오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신바람 나는 직장을 만들자는 취지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김화수 사장은 “앞으로 조직원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수준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기업이 상담실이나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운영할 경우 생산성이 크게 올라 비용대비 4~5배의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라고 말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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