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맨 오른쪽)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새벽 경기도 성남시 소재 ‘(주)두리건설인력’ 직업소개소를 방문해 일용직 근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일용직노동자들, 인력시장 찾은 윤증현 장관에 ‘하소연’
“임금이 10년 전이나 올해나 똑같다. 물가는 많이 올랐는데 ….”
7일 새벽 5시께, 경기도 성남시 중동의 한 새벽 인력시장(두리건설인력)에선 즉석 토론이 벌어졌다. ‘일자리 민심’ 챙기기에 나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고용 한파’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최아무개(54)씨가 “청소나 자재 운반, 건설현장 보조일 등이 모두 10년 전 단가인 일당 7만~9만원에서 변함이 없다”고 털어놓자, 윤 장관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면서 인건비 상승이 억제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날 윤 장관의 인력시장 방문은 최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건 정부의 의지를 거듭 내비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건설현장 노동자나 가사도우미 등 일용직 일자리를 그날그날 알선하는 새벽 인력시장은 최악의 고용 한파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불경기에 동절기, 폭설까지 겹치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새벽 4시에 집을 나섰다는 이아무개(50)씨는 “올 들어 고작 하루만 일을 나갔다”며 “지난 연말 이후로는 사흘에 한 번꼴로만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체 일용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6만4000명 줄었다. 2008년 하반기 경제위기가 닥친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같은 기간 상용직 노동자가 49만2000명이나 늘어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거시경제 지표가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곳에선 전혀 온기가 돌지 않고 있는 셈이다.
임금 인상 외에도 이날 간담회에선 다양한 민원이 쏟아졌다. 취업 알선을 맡고 있는 김두일 두리건설인력 사장이 “일용직 노동자 가운데 신용불량자인 경우 은행에 입금만 하면 압류되는 바람에 통장을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호소하자, 윤 장관은 “개선할 방안이 있는지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윤 장관은 민간 직업소개소를 대표해 현장에 나온 박시연 전국고용서비스협회장이 중국동포들의 일자리 잠식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자, “다음주 국가고용전략회의가 열리는데 이분을 반드시 모시도록 하라”고 즉석에서 지시하기도 했다. 성남/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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