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임금피크제 도입률
정년 연장 ‘4~5년’ 희망
임금 삭감 ‘20%미만’ 최다
기업에선 정년연장 꺼려
시행 8년 도입 12% 불과
임금 삭감 ‘20%미만’ 최다
기업에선 정년연장 꺼려
시행 8년 도입 12% 불과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ㄷ사에서 일하는 ㅇ씨는 2013년 만 55살 정년을 앞두고 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막내딸이 졸업할 때까지는 정년을 연장해 일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정년을 늘리는 대신 임금이 줄어드는 ‘임금피크제’를 신청하더라도 자녀 학자금 등 복지혜택을 누리며 회사를 지속적으로 다니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10명 가운데 6명은 ㅇ씨처럼 임금피크제를 신청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 3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8.6%가 “현재 회사에서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면 신청하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적극적이었다. 20대는 42.7%가 찬성한 데 반해, 30대(64.2%)와 40~50대(65.1%)로 갈수록 긍정적인 답변이 더 많았다.
정년 연장 기간은 ‘4~5년’(55.0%)이 가장 많았고, ‘6년 이상’이라는 응답도 19.8%나 됐다. 현재 직장인 평균 정년은 57.2살이지만, 실제로는 53살 전후로 퇴직한다. 임금 삭감 폭은 10명 가운데 8명이 ‘20%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직장인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하는 이유로 ‘노후 준비기간이 늘어나서’(38.5%), ‘가능하면 오래 일하고 싶어서’(37.3%), ‘조기퇴직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22.2%) 등을 차례로 꼽았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정작 현장에선 임금피크제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임금피크제가 처음 도입된 건 2003년이다. 올해로 도입 8년째를 맞고 있지만 도입률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12.1%에 그친다. 100인 이상 사업장 8401곳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업체는 1019곳이다.
특히 정년을 보장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은 포스코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포스코의 경우, 직원 200여명이 정년을 만 56살에서 2년 연장하는 대신 임금은 56살 연봉을 기준으로 57살엔 90%, 58살엔 80%만 받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오히려 임금피크제 폐지를 올해 노사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지점장 등을 지낸 간부 직원에게 민원 상담 등의 업무를 맡기자 생산성이 떨어지고 후배 직원들도 불편해하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감정원은 2007년 11월 국민은행과 비슷한 이유로 임금피크제를 도입 3년 만에 폐지했다. 정년 연장 법제화도 지난 3월 노사정 합의 결렬로 무산됐다.
이런 현실은 정년을 연장하는 법률을 잇따라 도입한 선진국과는 대비된다. 일본은 2013년부터 법률상 정년을 현행 60살에서 65살로 연장하기로 했다. 스페인 정부도 지난 1월 정년을 65살에서 67살로 연장하기로 노동계와 합의했고, 프랑스 역시 60살 정년을 62살로 늘렸다.
이철선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금피크제는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현실적 해법일 수 있다”며 “기술 숙련도가 중요한 생산기능직 등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부터 순차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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