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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말단사원에서 여성 사장 되기? 차라리 별을 따지

등록 2013-01-16 19:58수정 2013-01-16 20:54

에스케이건설의 홍윤희 상무가 여성리더십 워크숍에 참석해 과장급 여성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에스케이그룹 임원협의체인 ‘더블유-네트워크’는 여성 리더를 많이 배출하기 위해 워크숍과 멘토링 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에스케이그룹 제공
에스케이건설의 홍윤희 상무가 여성리더십 워크숍에 참석해 과장급 여성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에스케이그룹 임원협의체인 ‘더블유-네트워크’는 여성 리더를 많이 배출하기 위해 워크숍과 멘토링 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에스케이그룹 제공
1000대 기업 중 ‘자수성가형’ 3명뿐
4대기업 여성임원도 1.4%뿐
남성 중심문화가 걸림돌로
여성임원 할당제 필요성 커
세계 1000대 기업엔 40명 포진
지난해 말 삼성그룹 임원인사에서 여성 전문경영인 사장(CEO)은 나오지 않았다. 올해 초까지 발표된 주요 대기업 인사를 종합해보면, 여성 시이오는 이수영 코오롱워터앤에너지 대표가 유일하다. 국내 매출액 1000대 기업으로 확장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기업경영성과 분석사이트인 ‘시이오스코어’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자료를 보면, 여성 시이오는 삼성가의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손병옥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 박성경 이랜드월드 부회장 등 9명이다. 이 가운데 회사를 물려받지 않은 ‘자수성가형’ 전문 경영인은 3명에 불과하다.

임원급으로 넓혀도 여성은 많지 않다. 기업들은 올해도 ‘예년처럼’ 몇 명의 여성 임원을 내세워 여성 발탁인사라고 설레발을 쳤다. 삼성은 12명의 여성 임원이, 현대차 그룹은 3명이 승진했다. 엘지(LG)그룹에선 3명의 여성이 ‘기업의 별’을 달았다. 하지만 4대 그룹만 놓고 보면, 여성 임원의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외국은 다르다. 경제계 여성 기회 증진운동을 펴는 비영리단체인 캐털리스트가 지난해 11월 종합한 자료를 보면, <포천>이 선정한 세계 매출액 10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시이오가 있는 기업은 40곳(4%)에 이른다. 휼렛패커드의 멕 휘트먼, 아이비엠(IBM)의 버지니아 로메티 등이 대표적인 여성 시이오다. 특히 이들은 최고경영자의 친인척이 대부분인 국내 여성 기업인과 달리 대부분 평범한 직원에서 출발해 최고경영자까지 올랐다.

이렇다 보니 한국 여성 직장인 중엔 임원이 되려면 능력보다 ‘배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한겨레> 의뢰를 받아 직장여성 2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임원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33.7%가 ‘이들이 재벌가의 딸 등 친인척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응답(27.6%)은 다음으로 밀렸다.

여성 직장인 가운데 상당수는 또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여성이 임원이나 시이오에 오를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능하다는 답변은 24.4%에 불과했다. 이들은 ‘여성이 시이오나 임원이 되기 힘든 이유’(복수응답)로 남성에게 핵심 업무를 맡기는 조직문화(57.3%)를 1위로 꼽았다. 다음은 ‘남성 최고경영자 중심의 가부장적 재벌 문화’(47.0%)와 ‘남성에 견줘 취약한 사내 정치’(32.6%)를 꼽았다.

이에 대해 성효용 한국여성경제학회장(성신여대 교수)은 “가부장적인 재벌 문화가 여성 임원의 발탁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차원에서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서는 할당제 도입 등 ‘돌’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선 공기업 및 정부 산하 기관에 여성 임원 비율을 30%까지 확대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민간 기업까지는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상황이다. 성 교수는 “노르웨이에서는 2003년에 도입한 여성 이사 할당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기업이윤과 다양성 확대 차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 임원 할당제가 당장 어렵다면 지난해 에스케이(SK)그룹이 출범시킨 ‘더블유-네트워크’ 활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더블유-네트워크’는 여성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여성 임원과 주요 관계사 남성 임원이 분기별로 모여 지원 방안을 논의한 임원 협의체다. 이를 통해 ‘여성 직책자 후보 멘토링’과 ‘여성 리더십 워크숍’ 등이 진행됐고, 특히 임원들이 직접 나서 부·차장급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그룹 멘토링을 한 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노사발전재단의 ‘여성 관리자 진출 현황 및 향후 과제’ 보고서는 “관리직 특성상 업무수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회적 네트워크의 형성과 활용이다. 여성 관리자가 사회적 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의 여성 임원이 참여하는 네트워크 교류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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