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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갑의 횡포에 서러운 을…“치사해서 못다니겠어”

등록 2013-01-30 20:02수정 2013-01-31 14:07

직장에서 겪는 갑을 관계의 애환을 다룬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갑을컴퍼니’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직장에서 겪는 갑을 관계의 애환을 다룬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갑을컴퍼니’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반말은 예사·비용 늦게 결제
주말일 만들어 괴롭히고
갑을관계 ‘파트너십’ 아쉬워
‘을’ 업무 전문성 높여 대응을
# 30대 직장인 장한이씨는 최근 회사와 계약한 하청업체와 통화하던 후배의 목소리를 듣다가 깜짝 놀랐다. “저희가 돈 드리잖아요. 그냥 시키는 대로 하세요.” 장씨는 “사회 초년병이 입사 20년차 직원처럼 갑과 을의 관계로 하청업체를 대하는 게 민망했다”고 말했다.

#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아무개(31)씨는 이직을 놓고 망설이고 있다. “홍보 쪽 경력을 쌓고 싶어서 홍보대행사 쪽을 알아보고 있는데, ‘을’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김씨는 그동안 ‘갑’인 관공서에서 ‘을’ 업체를 어떻게 다루는지 많이 봤다고 한다. 김씨는 “공무원들이 밤이나 휴일이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업무 외적인 일을 시키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생산현장인 공장에 1차, 2차, 3차로 이어지는 ‘협력업체 생태계’가 있다면, 도심 사무실에도 ‘갑을 생태계’가 존재한다. ‘갑’은 돈을 주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 기업·사람이고, ‘을’은 갑이 주문한 물건을 납품하거나 일을 하는 기업·사람이다. 비슷한 양복을 입고 근무하지만, 이름 대신 계약서상에 존재하는 약칭으로 규정되는 사람들이다.

한국 기업 내에 있는 이른바 ‘갑을’ 관계는 을의 위치에 놓인 직장인들이 이직을 결심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한겨레> 의뢰를 받아 직장인 391명을 대상으로 25~30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자신이 을이라고 응답한 311명 가운데 226명(72.7%)의 직장인이 갑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응답했다.

을 직장인이 겪는 부당한 대우는 다양했다. ‘정해진 일 이외에 다른 일까지 요구받았다’(47.6%·복수응답)가 가장 많았고, 반말(25.4%)과 무시(25.1%)는 예사였다. ‘비용을 예정보다 늦게 결제한다’(18%)든지, ‘주중이 아닌 주말 근무나 야근이 불가피하게 일정을 짠다’(17.4%) 등 교묘한 괴롭힘도 존재했다. 욕설(19%)을 하거나 선물이나 향응을 요구(14.1%)하는 ‘대놓고 하는 갑’도 여전했다. 기업에 필요한 책 등을 만들어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신아무개(36)씨는 “검수 온다고 사무실에 와놓고 술 먹고 자는 갑도 봤다”고 전했다. 갑을 관계가 상상 이상으로 민주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가장 골치 아픈 갑은 대기업(31.2%)이었다. 응답자들은 다음으로 관공서·공기업(30.5%)을 꼽았고, 중소기업(23.5%)도 상당히 많았다. 외국계 기업을 꼽은 응답자는 2.6%에 지나지 않았다. 신씨는 “이름이 알려진 곳보다 오히려 중간 정도 크기의 기업의 횡포가 더 심하다”고 귀띔했다.

‘을’은 ‘갑’으로 가득찬 ‘정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인사컨설팅 전문업체 커리어케어의 유재경 컨설턴트는 ‘업무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가 을 중의 을인 제약회사 영업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 감이 왔다. 의사들에게 정보를 줄 수 있는 의학적인 전문성을 갖추니 더이상 부당한 요구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 역시 고객의 자녀를 학교에서 데려오기, 고객 차 세차해주기 등의 허드렛일은 당시엔 기본이었다고 한다.

갑과 을을 오가는 직장생활 15년째인 그는 “갑도 을을 무시하면 얻을 게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직장인 장한이씨는 “회사에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직원에게 민주적인 관계를 심어줘야 하고, ‘갑을’보다는 ‘파트너’라는 용어를 활성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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