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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삼성-현대차, 사상 첫 신입사원 공채시험 같은날 ‘맞대결’

등록 2013-03-08 16:33수정 2013-03-08 17:57

재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신입사원 공채시험을 치르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에 여러 해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2위 현대차가 1위 삼성에 도전장을 던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4월7일 2차 전형인 직무적성검사(SSAT)를 실시한다. 공교롭게도 이 달 29일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인 현대차도 삼성과 같은 날에 그 다음 단계 전형인 인·적성검사(HKAT)를 치른다. 삼성과 현대차가 같은 날 채용 시험을 치르는 것은 창립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삼성은 3월 초순, 현대차는 4월1일에 각각 시험을 진행했다.

  두 회사는 모두 공채 시험이 겹친 이유에 대해 “아무런 이유가 없다”라는 반응을 일단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 인사 담당자는 “현대차와 시험 날짜가 겹치는지 몰랐다. 2~3년 전에 엘지(LG)와 겹친 적도 있긴 했다. (날짜가 겹친 게) 우연인지 몰라도 각 그룹 사정에 따라 신입사원을 뽑으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 쪽도 “일을 하려다 보니깐 그렇게 된 거지, 별다른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공식 입장에 담긴 뉘앙스는 묘하게 다르다. 삼성은 “관심없다”는 쪽에 무게가 더 실려 있다. 현대차와 같은 날 시험을 치르든지, 혹은 현대차가 삼성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든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현대차 쪽은 “우리는 매번 4월 초에 시험을 진행했다. 삼성이 예년과 달리 보름씩이나 일정을 미룬 것 아니냐”라고 했다. 삼성이 현대차 일정에 맞춘 것 아니냐는 듯한 뉘앙스다.

  두 회사의 이러한 반응과 공방과 달리 재계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삼성을 피해서 채용 일정을 잡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었다”라고 말했다. 세계적 기업으로 떠오른 삼성과 인재를 놓고 경쟁을 해봐야 득보다 실이 많다는 현실적 판단이 있어왔다는 의미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수년 동안 실적이 좋게 나왔기 때문에 피에스(PS·성과급)까지 고려하면 삼성전자만큼 봉급을 주는 회사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적극적으로 삼성과 채용시험 일정을 맞춘 것은 아니더라도, 삼성을 피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현대차의 사업 방향을 주목하는 견해도 있다. ‘스마트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동차에 각종 전자기기(IT) 장치가 대거 들어가고 있다. 아이티 업체들만의 축제였던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박람회나 독일 가전박람회에 완성차 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건 최근 2년 새 두드러진 흐름이다.

  현대차도 이런 흐름에 따라 전자기기 분야에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전문 설계 회사인 현대카네스를 별도로 설립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현대차로선 전자공학을 전공한 우수 인력을 채용할 이유가 매우 뚜렷해진 상황이 된 셈이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 근무하는 한 연구원은 “통상 기계공학 전공자가 연구인력의 중심을 이뤘지만, 요즘에는 전자공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고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대차그룹은 요즘 전자공학전공자 ‘급구’ 중이다.

  여기에 삼성과 다른 이종 업종이라는 데서 나오는 자신감도 한 몫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자기가 만든 자동차를 몰고 싶다는 건 남자들의 로망(꿈) 아닌가. 삼성보다 연봉은 낮아도 이런 로망을 좇는 전자공학 전공자들에게 현대차는 최적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에 대한 통제력이 남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삼성과 달리 끈끈하고 선이 굵은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것도 취업 준비생에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현대차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견해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전체 채용 규모에 견줘 전자공학 전공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수 전자공학 전공자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해석을 낳을 위험을 현대차가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각 그룹 내에서 대외 정보 파악을 주업무로 하는 대관파트 쪽에선 좀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4대 그룹에서 대관업무를 보는 한 간부는 “현대차가 2년 전부터 독자 행보를 강화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투자·고용 계획 발표 같은 경영 활동부터 수재민 돕기 성금 납부에 이르기까지 삼성이 기준을 세우면 나머지 그룹들이 따라가는 관행을 현대차가 1년 여전부터 깨기 시작한 움직임을 강조한 것이다.

  현대차는 2011년 서울 도심 침수로 수재민이 대량 발생하자 주요 그룹 중 가장 먼저 성금을 내놓은 데 이어 이명박 정부가 공정사회·동반성장을 강조하는 국면에서 삼성보다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가령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재 7000억원을 털어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는가 하면, 업계 최초로 협력사 채용 박람회를 2년 연속 열었다.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에서는 “현대차가 요즘 왜 이러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현대차의 전략·기획·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정진행 사장이 실권을 잡으면서 삼성과의 차별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내부에서 제기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재계에선 현대차의 독자 행보를 정의선 부회장의 목소리가 그룹 내부에서 커지고 있는 상황과 연결짓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룹 부회장이자 현대차 사내이사로서 젊은 리더십을 강화하고, 정몽구 회장이 이를 인정해주는 구도 속에서 현대차의 대외 행보가 부쩍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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