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 모집에 2530명 지원
CJ그룹 ‘리턴십 채용’ 열기
“가정·일 병행 흔치않은 기회”
30·40대가 87%, 대졸이상이 86%
CJ그룹 ‘리턴십 채용’ 열기
“가정·일 병행 흔치않은 기회”
30·40대가 87%, 대졸이상이 86%
간호장교로 군 병원에서 일하던 김현수(36·가명)씨는 2007년 둘째 아이를 낳은 직후 일을 그만뒀다. 2년마다 근무지를 옮겨야 하고 종종 야간훈련까지 참여해야 하는 간호장교에게 두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무리였다. 곧이어 태어난 셋째까지 정신없이 키우다 보니 어느덧 7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막내가 6살이 되자 퍼뜩 회의가 찾아왔다.
‘아이들을 내 손으로 키울 수 있어 좋았지만, 그동안 내 이름을 잊고 엄마로만 산 것은 아니었나.’
간호사로 복직할 생각을 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3교대로 밤낮이 불규칙하기 일쑤인 간호사 일을 하자니 아직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배워보자니 막연하기만 했다. 망설이던 차에 씨제이(CJ)그룹의 ‘리턴십 프로그램’ 소식을 접했다. 김씨는 하루 4시간 일하는 씨제이제일제당 공장의 파트타임 간호사로 지원했다.
출산·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씨제이그룹의 ‘리턴십 프로그램’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다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엄마’들의 욕구는 씨제이 쪽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모두 150명을 뽑는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씨제이는 지난 4일 영화관에서 리턴십 설명회를 열면서 애초 400명을 초청할 계획이었지만, 신청자가 몰리는 바람에 2차례로 나눠 800명을 초청했다. 실제 참가자는 1000여명에 달했다. 원서마감 전날까지도 씨제이는 1000여명 정도가 지원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8일 마감 결과 모두 2530명이 지원했다.
리턴십 프로그램 지원자의 평균 나이는 39세였다. 30대가 51%, 40대가 36.6%를 차지했다. 지원자의 학력도 매우 높았다. 대졸(전문대 포함) 이상이 86.5%였고,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 비중도 9.5%(240명)에 달했다. 영어, 중국어는 물론 베트남어, 스페인어, 인니어 등 언어 능통자들과 약사, 수의사, 간호사 등 전문 자격증 보유자도 다수 지원했다고 씨제이그룹은 밝혔다.
리턴십 대상자로 확정되면 6주 동안 인턴 기간을 거친 뒤 면접을 통해 11월 초 정식 채용 여부가 결정된다. 최종 합격자의 급여는 직무에 따라 하루 4시간 파트타임이 90만~150만원, 8시간 풀타임이 180만~300만원 수준이다. 의료비 지원과 국내외 콘도 이용 등 씨제이 임직원과 똑같은 복리후생 제도도 제공된다.
김현수씨는 “씨제이에서 다시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세 번째 인생을 설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원자는 “경력이 단절된 주부가 재취업하기란 정말 쉽지 않고, 어렵게 일자리를 얻는다고 해도 가정과 일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한국사회다. 리턴십을 보고 ‘바로 이거다’ 싶어 지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씨제이 관계자는 “예전에 다니던 직장보다 급여가 훨씬 낮은데도 파트타임으로 지원한 경우도 많았다. 경력이 단절된 경우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서 그렇지, 일단 일을 시작하기만 하면 실력을 인정받고 네트워크를 만들어 사회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분들이다. 가정과 직장이 양립할 수 있는 일자리와 직무를 개발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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