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나이·성별만 알리고
대면접촉 없이 SNS 대화
과제제출·오디션방식 병행
2곳 먼저 시도 뒤 확대 검토
대면접촉 없이 SNS 대화
과제제출·오디션방식 병행
2곳 먼저 시도 뒤 확대 검토
‘스펙’ 걱정 없이 공공기관 입사에 도전할 수 있을까?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이른바 ‘스펙’ 없는 공공기관 채용평가 실험에 나선다.
기획재정부는 295개 공공기관 입사시험에 서류 전형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학벌이나 학점, 영어점수 등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열 올리는 풍조가 나타나고 있어, 스펙 없는 채용평가를 실험적으로 도입해 볼 계획”이라며 “올 하반기에 2곳 공공기관에서 실험에 나서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채용평가 방식은 스토리텔링, 오디션 방식 등이다. 출신 학교·학점·영어점수 등 스펙경쟁이 치열한 서류 전형을 새로운 채용평가로 대체해, 가치관·인적성을 중심으로 한 심층 평가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남동발전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몇몇 공공기관이 고졸 인턴사원을 뽑는데 활용했던 이런 채용평가 방식이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토리텔링 채용평가는 채용평가관에게 구직자의 이름과 나이, 성별 등만 알려준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양한 대화를 나누게 하고,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등 직무상 필요한 수행과제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제출케하는 방식이다. 대면 접촉을 차단해 ‘블라인드 테스트’의 취지를 살리고, 대신 다양한 접촉면을 통해 인적성을 관찰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개인 또는 팀별 수행과제를 통해 경쟁을 치르게 하는 오디션 평가를 추가할 수도 있다. 대신 정부는 새 평가방식을 통과한 구직자를 대상으로 기관별 특성을 반영한 직무능력 평가를 치르게 해, 다시 한번 구직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새 평가방식이 전면적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랫동안 검토한 내용으로 방향성은 맞는 것으로 같지만, 당장 전면적으로 시행하기엔 위험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 상반기 민간기업들도 ‘스펙타파’를 외치며, ‘열린 채용’의 문을 크게 넓혔지만, 구직자들은 여전히 기업들이 스펙을 중시한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좋은일연구소’가 올 상반기 취업활동을 한 구직자 1155명을 대상으로 ‘스펙타파 체감도’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67.4%는 스펙타파를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구직자들도 새 채용 방식에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스토리텔링 또는 오디션 준비가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공기관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김아무개(29)씨는 “스펙 쌓기 경쟁이 치열해 업무 능력과 관계없는 채용시장 진입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정부 방침이 단계적으로라도 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수의 채용관이 다수의 구직자를 선별하다 보니, 스펙이 준비된 구직자들을 추려내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반기 새 채용평가 실험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시행 방식과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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