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휴가 계절이 끝났다. 휴가 하면 자유, 설렘, 여유가 떠오른다. 모두 긍정적인 이미지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매해 여름휴가철 이후에 종종 등장하는 신문 기사가 있다. 바로 ‘여름휴가 후유증’이다. ‘쉬고 나니 더 힘드네’라는 식의 제목을 달고 있는 기사들은 많은 직장인이 휴가 후유증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후유증은 무기력, 두통, 소화불량 등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심신에 부정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정작 휴가를 다녀온 뒤에는 몸과 마음이 더 무겁다.
잘 쉬는 기술을 뜻하는 ‘휴테크(休-tech)’의 본질은 ‘무뎌진 도끼날을 정기적으로 가는 것’이다. 쉬지 않고 나무를 베면 단기적인 성과는 클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몇 해 전 슬럼프에 빠진 유명한 여자 프로골프 선수가 아버지에게 “다른 건 다 가르쳐 주고 왜 쉬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느냐”고 불평했다고 한다. 그는 “골프에 지쳤다. 이제 골프에서 잠시 빠져 나오고 싶다. 골프 말고 다른 일상생활을 즐기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휴가의 목적은 휴식과 에너지 충전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휴가는 휴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큰마음 먹고 떠난 여행은 휴식이 아니라 전투에 가깝다. 바쁘게 차를 타고 신속히 몇 곳을 둘러보며 사진 찍기에 급급하다. 어떤 이들은 충분히 쉬기 위해 집에 머물지만 주로 하는 일은 텔레비전 리모컨 누르기다. 이러면 에너지가 충전되기는커녕 무기력해진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는 저서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서 휴식의 참뜻을 알려준다. “휴(休)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대 앉아 있는 모양이다. 식(息)은 자신(自)의 마음(心)을 돌아보는 것이다.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 휴식이다. 즉, 나무에 기대어 내가 나하고 대화하는 것이다.” 휴식을 통해 우리는 내 안의 슬픔, 걱정, 화를 보살피고 내보낼 수 있으며, 작은 기쁨과 행복을 음미할 수 있다. 악보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음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쉼표도 연주해야 한다. 쉼표 없는 음악은 소음에 가깝다. 삶이라는 악보를 연주하는 데도 일이라는 음표와 함께 휴식이라는 쉼표가 필요하다.
각 분야에서 롱런하는 고수들은 나름의 에너지 충전법을 가지고 있다.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바이올린 연주로 스트레스를 풀었고, 세계적인 카레이싱 선수 미하엘 슈마허는 아마추어 이상의 실력을 가진 축구 선수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낮잠으로 에너지를 보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2차 세계대전 기간에도 매일 낮잠을 즐긴 처칠은 “낮잠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가야 할 책임을 완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에너지 충전법이 필요하다. 갈지 않은 도끼로는 오랜 시간 나무를 벨 수 없다.
홍승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kmc19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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