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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졸다 끝나는 사내교육은 가라…‘지식샤워’로 열공하는 직원들

등록 2013-09-23 20:09수정 2013-09-23 21:01

지난달 2일 아침 휴넷 직원들이 사내 교육프로그램인 ‘혁신아카데미’에 나와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휴넷 제공
지난달 2일 아침 휴넷 직원들이 사내 교육프로그램인 ‘혁신아카데미’에 나와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휴넷 제공
온라인교육기업 ‘휴넷’ 가보니

판에 박힌 조직이론·리더십 벗어나
건축·예술·건강 등 교육주제 넓히니
‘뒷자리 찾던’ 직원들도 열성적 참여
“지식 통한 개인 성장이 회사에 도움”
앞자리부터 꽉 찼다. 어물쩍 뒤부터 찾아 앉거나, 앳된 신입사원들이 앞좌석을 메우고 있는 보통 기업 교육장의 모습과는 다르다. 금요일 아침 7시50분, 앞에서부터 자리가 차는 ‘공부하는 기업’의 모습이다.

지난달 2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중소기업 휴넷을 찾았다. 매주 금요일 아침 8시 이곳에선 휴넷 혁신아카데미가 시작된다. 이날의 강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김진혁 교수. 교육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지식채널e’를 만든 프로듀서(PD) 출신이라 강의를 듣는 직원이 많은 걸까 생각했지만, 김영아 커뮤니케이션팀 선임 직원은 “오늘은 휴가철이라 사람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150여명이 꽉 들어찼다.

김 교수는 ‘지식채널e’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와 정보 전달 방법 등에 대한 생각을 강연했다. 질의응답까지 진행되자 한시간여가 금방 흘러갔다. 강연이 끝난 뒤 김 교수에게 분위기를 묻자 “다른 곳보다 열의가 높아서 놀랐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대부분이 졸고 있는 지루한 회사 교육과 열기가 달랐다. 이유가 뭘까? 강연을 들은 권혜민씨는 “건축이나 예술 등 다양한 주제를 해주니 관심이 간다”고 했다. 입사 5년차라 벌써 5년째 강연을 듣고 있는 전영채씨는 “사실 비슷한 주제를 또 들으면 아는 건데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꾸준히 듣다 보니 건강, 행복, 성장 이런 것에 관심이 가게 됐다”고 했다. 전씨는 “술자리에서 주로 상사들 욕만 하는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는 주제가 달라졌다”고 웃었다.

즉 다양한 주제를 꾸준히 발굴해 한번 듣고 마는 교육 방식을 탈피했다는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 영업 일을 해 일반기업의 교육 사례를 많이 본 전씨는 “대부분 조직논리 기준으로 교육을 한다. 위에서 시키니까 하고, 예전부터 했으니까, 한번 하고 마니까, 억지로 자리 채우는 식이다”고 했다. 반면 휴넷은 “강연자를 섭외할 때 직무·리더십보다 다양한 분야를 채우려 노력했다. 다양한 ‘지식 샤워’가 목표였다”고 문주희 에이치아르(HR)팀장은 말했다. 이날 강의를 한 김진혁 교수도 2012년 1월부터 접촉해 공을 들인 끝에 무대에 세웠다고 한다. 이런 노력 속에 2006년 11월에 시작한 혁신아카데미는 올해 말 300회를 앞두고 있다.

회사가 ‘당근’만 주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휴넷은 직원들에게 1년 동안 365학점을 이수하게 한다. 온라인 교육 참가뿐만 아니라 독서 감상문 제출과 공연 관람까지 학점이 인정된다. 강연을 듣는 것도 1학점이다. 물론 이수를 못하면 인사평가 때 불이익도 있다. 하지만 콘텐츠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김소담씨는 “돈 주면서 공부시키는데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 입사한 권혜민씨도 같은 반응이다. 권씨는 “관심 가는 온라인 교육은 더 찾아서 본다. 이런 회사 교육을 미니홈피에 올리면 다른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특이하다고, 부럽다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휴넷 사무실 곳곳에 직원들을 위한 책도 많이 비치돼 있다. 김영아 선임은 “직원들이 신청한 책을 회사가 구입해 볼 수 있게 하는데, 한해 도서구입 비용만 2000만원”이라고 했다. ‘미생’ 같은 만화부터 시·소설·수필 등 다양한 책 8000여권이 사무실 곳곳에 꽂혀 있었다.

온라인교육 전문기업 휴넷의 조영탁 대표는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교육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꼭 업무를 위한 교육이 아니더라도 지식을 통한 개인의 성장이 회사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교육에 회사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에 대해 조 대표는 “효과가 손에 잡히진 않는다. 하지만 재미없는 회사, 일이 고역이 되면 뭐하냐. 자아실현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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