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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일과 육아 둘다 잡은 아주 특별한 ‘리턴맘들’

등록 2013-12-02 20:09수정 2013-12-02 22:34

7년 동안 스타벅스에서 일하다 육아 때문에 그만둔 이진아(가운데)씨가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 스타벅스 까치산역점 부점장으로 1년 반 만에 복귀했다. 이씨는 스타벅스의 시간선택제 일자리인 ‘리턴맘 바리스타’로 하루 4시간씩 일하며 상여금, 성과급, 의료비, 학자금 지원 등 정규직과 똑같은 혜택을 받는다. 스타벅스 제공
7년 동안 스타벅스에서 일하다 육아 때문에 그만둔 이진아(가운데)씨가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 스타벅스 까치산역점 부점장으로 1년 반 만에 복귀했다. 이씨는 스타벅스의 시간선택제 일자리인 ‘리턴맘 바리스타’로 하루 4시간씩 일하며 상여금, 성과급, 의료비, 학자금 지원 등 정규직과 똑같은 혜택을 받는다. 스타벅스 제공
스타벅스, 퇴사자 재취업 기회
주20시간 근무에 정규직 대우
근무시간·장소 선택 가능에
리턴맘들 “삶 여유로워져”
회사도 직원 채용 위험 줄여

대기업 시간제 대부분 ‘비정규직’
“미래 있는 일자리 늘려야” 지적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가장 먼저 도입한 회사 중 하나다.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뒀던 여성들이 ‘리턴맘 바리스타’라는 이름으로 지난 10월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지난 두 달 동안 스타벅스가 경험한 변화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새로 도입하려는 다른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스타벅스 리턴맘 바리스타의 중요한 특징은 채용 대상을 과거에 스타벅스에서 일한 경험을 쌓은 사람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정규직’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시간제 일자리 박람회에 참가한 삼성·엘지(LG)·에스케이(SK) 등 10개 주요 대기업이 채용하기로 한 1만여명 가운데 70%가 1~2년짜리 비정규직이다. 이들 기업은 ‘뽑을 사람들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든다. 일단 1~2년 동안 일을 시켜보고 마음에 들면 정년을 보장해주고 아니면 자르겠다는 것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결국 전일제 일자리를 줄이고 비정규직만 늘릴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스타벅스 쪽의 사정은 좀 다르다. 리턴맘들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점에서다. 예전에 근무하던 당시 업무평가 자료가 모두 남아 있다. 회사 처지에서는 신입사원을 뽑는 것보다 능력이 검증된 전직 직원을 뽑는 게 더 안전하다. 스타벅스가 리턴맘 바리스타를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으로 뽑은 것에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스타벅스의 시간제 노동자는 원하는 시간에 하루 4시간 주 5일을 일하고, 기본 급여 외에 상여금, 성과급, 의료비, 학자금 지원 등 정규직과 똑같은 혜택을 받는다. 지금까지 18명을 바리스타로 채용했고 이번달 추가 입사도 예정돼 있다고 회사 쪽은 밝힌다.

리턴맘들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6년 동안 일해온 직장을 아이 때문에 그만뒀다가 1년 반 만에 다시 돌아온 서울 강서구 까치산역점 부점장 이진아(34)씨는 “예전에 일할 때보다 좀더 성숙해진 것 같다. 같이 일하는 동료나 손님에 대한 이해심이 많이 늘어났다. 삶의 경험도 늘어난 만큼 예전보다 많이 여유로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의 직장 상사인 서수현(33) 점장은 “처음 리턴맘이 온다고 했을 때에는 사실 긴가민가했다. 그런데 이 부점장이 와서 딱 일주일 만에 업무를 완벽하게 파악했다. 예전 매장에서 쌓은 경험도 많고 인생 경험도 많으니까 직장 동료이자 선배 언니로서 의지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회사와 리턴맘들이 원하는 근무시간이 서로 맞아떨어진 것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커피전문점은 보통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지만, 점심시간 전후가 가장 붐비는 시간이다. 스타벅스 홍보팀 서규억 부장은 “리턴맘들이 제일 선호하는 시간대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가 우리 매장에서 가장 바쁜 시간대다. 가장 고객이 많은 시간에 가장 경험이 많은 리턴맘들이 일하니까 회사와 리턴맘, 고객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물론 스타벅스의 리턴맘 바리스타 제도는 처음 고용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과 이해가 충돌하는 면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박근혜 정부의 바람대로 고용률 70%를 보장해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리턴맘 바리스타 제도가 수많은 여성들이 육아 문제로 일을 그만두는 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여겨져온 관행에 변화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서수현 점장은 “나도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과연 계속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것 아니냐. 리턴맘 제도가 시행되는 것을 보니까 근무시간을 조절하면 얼마든지 일을 계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리턴맘 바리스타 제도가 ‘일과 육아의 병행’이라는 과제를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완할 점이 있다. 육아 때문에 퇴직한 직원을 다시 고용할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육아를 이유로 퇴직하는 직원이 없도록 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벅스는 육아휴직 뒤복귀하는 직원들도 하루 4시간 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4시간 근무를 하다가도 아이가 충분히 커서 여력이 생기면 8시간 근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간 4시간만 일한 리턴맘에게도 점장, 지역매니저 등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서규억 부장은 “근무시간은 물론 집과 가까운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좋은 결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시간선택제가 정말 성공을 거두려면 주어지는 일이 의미가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일부 기업들이 시간선택제 근로자들에게 너무 단순노동만 맡기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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