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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부서·서열 없이 ‘메뚜기 생활’ 2년…불편하지 않냐고요?

등록 2013-12-30 17:44수정 2013-12-31 15:50

직장 내 ‘오픈좌석제’를 시행중인 유한킴벌리의 직원들이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업무를 보고 있다. 오픈좌석제는 기업에 일반적인 부서·서열에 따른 자리 배치 대신 직원들이 출근할 때마다 일하고 싶은 곳에 앉아 근무하는 형태다. 유한킴벌리 제공
직장 내 ‘오픈좌석제’를 시행중인 유한킴벌리의 직원들이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업무를 보고 있다. 오픈좌석제는 기업에 일반적인 부서·서열에 따른 자리 배치 대신 직원들이 출근할 때마다 일하고 싶은 곳에 앉아 근무하는 형태다. 유한킴벌리 제공
‘오픈 좌석제’ 유한킴벌리 가보니

칸막이·명패 치우고 고정좌석제 없애
개인사물함·전화방 설치 직원 배려
다른 팀원들과 섞여 앉아 업무 협의
예전보다 책상 ‘말끔’…핵심 집중
사무실인데 도서관에 들어온 듯 했다. 군데군데 빈 책상이 있고, 캐주얼한 옷을 입은 직원들은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책상 위엔 노트북과 간단한 사무용품 뿐. 칸막이도 없고 누구의 자리인지 알리는 명패도 없다. 천장에 달려 낯선 이의 눈을 찾는 ‘인사부’, ‘홍보부’ 같은 부서 표식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해서 편한 책상에 자리를 잡으면 됩니다. 정해진 자리는 없습니다.”

2011년 9월 이후 ‘오픈 좌석제’를 실시하고 있는 유한킴벌리를 27일 찾았다. 김영일 홍보팀 차장은 “오픈 좌석제를 시행한 뒤에 유야무야된 기업도 많지만 우리는 직원들의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오픈 좌석제는 직원들이 출근한 뒤 자신이 앉고 싶은 자리에서 일을 하는 근무형태다. 부서와 서열에 따라 고정된 좌석에 앉는 일반 기업 근무형태와는 다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무실 어디서나 휴대전화를 통해 회사 전화를 받을 수 있고, 인트라넷 연결도 자유로워져 가능해진 형태다. 유한킴벌리는 외근·출장이 많은 근무자를 고려해 본사 직원 400명 가운데 80% 인원 만큼만 책상을 만들고, 회의실 등 공용 공간 등을 더 만들었다.

직원들의 반응은 좋다. 이승필 환경경영팀 부장은 “가끔씩 자리를 옮기면서 기분 전환도 할 수 있고, 그날 업무에 따라 협의할 게 많은 사람 근처에서 일할 수 있어서 집중이 더 잘 된다”고 했다. 그는 네 군데 정도 자리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 부장은 “창가 자리도 괜찮고, 집중 업무 공간을 찾는 경우도 있다. 메뚜기처럼 한번씩 자리를 옮기면서 기분 전환을 한다”고 웃었다.

팀별·개인별 사물함과 전화방
팀별·개인별 사물함과 전화방

같은 팀끼리 앉아야 업무효율이 좋은건 아니라고 했다. 이 부장은 “메신저로 대화도 할 수 있고, 같은 층에서 있으니 꼭 붙어 앉아 있어야 하나요?”라고 했다. 부서 회의가 필요할땐 회의실 등 공용 공간을 사용하면 된다고 했다. 물론 재무·회계 부서 처럼 같이 할 일이 많은 팀은 모여 앉아 일을 하는 경향도 있다.

김미화 고객만족팀 차장은 섞여 있어 부서간 소통도 잘 된다고 했다. “전엔 같은 팀 업무만 알았는데, 이제는 함께 앉아 있으니 다른 팀 사람들도 보이고 더 얘기가 잘 통하는 것 같다.” 김 차장은 게다가 “사람들도 전보다 ‘젠틀’(친절)해졌다”고 했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니 업무지시를 할 때도 감정대로 할 수가 없죠.”

매번 책상을 바꾸는 번거로움은 없을까? 오픈 좌석제는 출근 뒤 매번 자신의 사물함에서 노트북과 필요한 것을 꺼내야 한다. 퇴근하거나 외근을 나갈땐 이것들을 다시 집어넣는다. 수출워크그룹의 김상진 차장은 “금방 적응이 돼 불편하진 않다”고 했다. 오히려 김 차장의 책상이 말끔해졌다. 오픈좌석제를 도입하기 전 그의 책상 위엔 ‘산더미’같은 서류가 있었다. “그때는 간신히 노트북 들어갈 공간만 남아 있었죠.” 김 차장은 “생각해보면 쌓아놓은 자료 가운데 5% 정도나 활용했을까. 그냥 공간만 잡아먹고 오히려 자료 찾기가 더 힘들었다. 이젠 공간이 없으니 중요한 자료만 따로 스캔해서 보관해 찾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오픈 좌석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 팀별·개인별 사물함(아래 사진)과 라운지를 만들고, ‘전화방’(사진)도 만들어 공간이 나뉘지 않아 불편한 직원도 배려했다. 공용 공간을 늘리기 위해 임원들도 자신의 방을 내주고 회의실로 만들었다. 덕분에 종이없는 사무환경이 가까워지는 효과를 얻었다. 김영일 차장은 “종이도 전보다 덜 쓰고, 서류나 개인 물품이 차지하는 공간이 적으니 건물의 냉난방 효율도 좋아졌다”고 했다. 한편에선 자신에게 편한 좌석 한 곳을 정해 예전처럼 앉아있는 직원도 있다고 한 직원은 귀뜸했다.

이승필 부장은 “오픈 좌석제는 리더가 움직이지 않으면 사실 힘든 제도다. 임원이라면 창이 있는 자신의 방도 갖고 싶을텐데 이런 변화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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