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업 세계진출 돕는 장윤진씨
창업자에 실리콘밸리 전문가 연결
케이스타트업에서 멘토링 도와
미스코리아 뽑힌 뒤 통역일하다
구글 초기멤버 데이비드 리 제안받아
“영어PT 실력 지적하면 금세 수용
한국 신생기업 미래 밝은 편이죠”
창업자에 실리콘밸리 전문가 연결
케이스타트업에서 멘토링 도와
미스코리아 뽑힌 뒤 통역일하다
구글 초기멤버 데이비드 리 제안받아
“영어PT 실력 지적하면 금세 수용
한국 신생기업 미래 밝은 편이죠”
“한국인 기질이 독하면서도 똑똑하잖아요. 욕심도 있구요. 그래서 어디를 가든 잘 살아남지 않나요? 그런 열정과 의지를 지닌 한국의 창업자들을 외국의 전문가나 투자자들과 연결해주는 게 너무 즐겁고, 보람 있어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신규 창업기업(스타트업)을 지원·육성하는 ‘케이스타트업(Kstartup)’ 파트너 장윤진(29)씨의 말이다. 케이스타트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문가 등을 초청해 한국 스타트업들과 연결해 사업전략, 마케팅, 디자인, 투자 같은 분야에서 조언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1대1 멘토링과 초기투자 자금도 지원하는데, 지난해 진행된 1, 2기 프로그램에 20개 스타트업이 선발돼 참여했다.
일종의 글로벌 창업기업 종합 컨설팅인 케이스타트업은 변광준 아주대 교수와 구글 초창기 멤버였던 재미교포 데이비드 리, 장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장씨는 지원 대상 스타트업 선정과 관리, 멘토 및 투자자 초청 등 실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고교 때 2년 동안 미국 유학을 다녀오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장씨는 영어가 유창해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매주 영어 프레젠테이션 관련 강의도 진행한다.
“거쳐간 스타트업이 20개가 되고 나니 (글로벌시장 진출이 처음이어서) 법적 문제나 문화적 차이 등에서 오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요. 전화를 받고 (스타트업 사람들과) 함께 고민해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힘들면서도 재미가 있더라구요.”
장씨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동시통역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세계지식포럼에서 노키아의 최고경영자(CEO) 에스카 아호의 통역을 하면서 아이티(IT)와 벤처 쪽에 눈을 뜨게 됐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와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비즈 스톤 등을 직접 보고, 이들의 강연을 들으며 창업 세계에 매력을 느끼게 됐단다.
2010년 미스코리아 선에 뽑힌 뒤 지상파와 케이블텔레비전 방송프로그램 엠시(MC)와 리포터 등으로 일했고, 세계 한식 홍보대사 등으로 바쁘게 살아왔다. 국제회의 엠시(MC)와 통역사 활동을 하며 알게 된 데이비드 리로부터 ‘한국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케이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됐다. 생소하고 특이한 일인만큼 시행착오나 에피소드도 많았다. 해외 멘토단을 꾸리는 일도 기억에 남는다.
“미국의 유명한 창업 인큐베이팅(지원) 프로그램의 멘토 명단을 입수해 이들 모두에게 전자우편을 보냈죠. 관심이 있다는 답장을 보내온 이들과 직접 전화통화를 해서 일정을 잡았구요. 별도 사례도 없이 항공료와 숙소 지원이 전부인데, 기꺼이 오겠다고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더라구요. 이들에게도 한국은 역동적인데다 아이티 쪽 변화를 선도하는 나라여서 매력적으로 느끼더라구요.”
그렇게 초청한 멘토 상당수와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자기 주변의 또다른 전문가를 멘토로 추천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제회의 엠시라는 부업(?) 덕택에 외국인들을 자주 접하는 편인데, 장씨가 바라보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영어 프레젠테이션 강의를 해보면, 창업자들 대부분이 처음엔 버벅대고 잘 못해요. 그런데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못하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라도 해외에서 투자유치를 할 수 없다’고 진지하게 얘기를 하면, 자세와 눈빛이 달라져요. 실력도 금세 늘어나구요. 작심하고 하면 뭐든 제대로 하는 게 한국 사람 같아요.”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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