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봄이 눈앞에 있다. 봄은 꽃의 계절이다. 모든 꽃은 씨앗에서 출발해서 자신에게 맞는 철에 활짝 핀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봄에 피고, 접시꽃과 초롱꽃은 여름에 만개한다.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천일홍이 피고, 동백과 매화는 겨울이 되어서야 꽃망울을 터뜨린다. 접시꽃이 겨울에 피고 싶다고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여름에 매화를 보고 싶다고 닦달해도 매화는 겨울에 핀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 각자에게는 특별한 씨앗이 숨겨져 있다. 물론 씨앗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싹이 트고 꽃이 피는 건 아니다. 먼저 씨앗을 심고, 물과 비료를 주어야 한다. 벌레를 막아줘야 하고, 적당한 햇빛도 필요하다.
이렇게 정성을 쏟아도 내가 원하는 시기에 꽃이 피는 건 아니다. 사람도 꽃처럼 활짝 피는 적절한 때가 있다. 타이거 우즈, 빌 게이츠, 모차르트처럼 일찍 성공하는 사람이 있다. 그에 비해 신화학자 죠셉 캠벨과 KFC 창업자 커넬 샌더스처럼 비교적 늦은 나이에 도약하는 사람도 있다. 진달래처럼 일찍 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화처럼 늦게 만개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결혼 적령기나 초-중-고등학교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일정표는 무시할 수 없지만, 자기 내면의 목소리가 알려주는 주관적인 때를 아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건 ‘바로 그 때에 내가 준비 되어 있는가?’, 바로 이거다. 국제구호활동가 한비야는 <그건, 사랑이었네>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종종 사람을 꽃에 비유한다. 꽃처럼 사람들도 피어나는 시기가 다 따로 있다고 믿는다. 어떤 이는 초봄의 개나리처럼 십대에, 어떤 이는 한여름 해바라기처럼 이삼십대에, 어떤 이는 가을의 국화처럼 사오십대에, 또 어떤 이는 한겨울 매화처럼 육십대 이후에 화려하게 피어나는 거라고. 계절은 다르지만 꽃마다 각각의 한창 때가 반드시 오듯이, 사람도 활짝 피어나는 때가 반드시 온다.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많은 이들의 역할모델로 손꼽히는 한비야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녀는 개나리나 초롱꽃보다 코스모스에 가깝다. 그녀는 또래들보다 6년 늦게 대학에 들어갔고, 첫 직장 입사는 10년 늦었다. 세계여행이란 꿈의 씨앗은 어린 시절 심어졌지만, 꽃이 피기까지는 20년이 필요했다. 재난구호 활동경력도 비슷한 나이의 동료들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2009년 여름 50대의 그녀는 구호 활동과 이론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30대에 세계 여행을 떠날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아무도 그녀에게 늦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일찍 핀다고 더 예쁘고 좋은 꽃이 아니듯이, 늦게 피었다고 실패하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일찍 피기 위해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창 때가 올 때까지 열심히 준비하는 자세다. 제 철에 핀 꽃은 건강하고 아름답다. 사람도 그렇다.
홍승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kmc19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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