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서울을 찾았다. 30일 아이티컨설턴트로 일하는 윤종영(왼쪽)씨와 게임업체 개발자로 일하는 서준용씨가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실리콘밸리 기업의 문화와 근무환경 등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고 있다.
인터뷰 l 고국 찾은 한국인 엔지니어 서준용·윤종영씨
인터뷰 약속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서 잡았다. 회의 등으로 바쁜 일정을 조율하기엔 서로 자주 들여다보는 페이스북이 ‘딱’이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한국에서 쓰는 다른 메신저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았다. 국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과 소통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된 세상이다.
30일 한국에서 강연과 회의 등으로 바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엔지니어 두명을 만났다. 이들은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모임인 ‘케이(K)-그룹’ 소속으로 지난 주 국내에 단체로 들어와, 실리콘밸리의 기업과 문화 등을 소개했다.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실리콘밸리로 어떻게 갈 수 있는지와 영어를 얼마나 해야하는지였어요.” 세계적인 게임업체 ‘징가’에서 일하는 서준용씨는 지난 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대학생과 정보기술(IT)업계 사람들을 만났다. 정보기술 흐름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는 높은 연봉과 좋은 근무 환경, 기술력 탓에 전세계 엔지니어들이 가고 싶어하는 ‘메이저리그’이고 ‘프리미어 리그’다.
“세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번째는 유학이죠. 미국으로 석사나 박사학위를 취득하러 왔다가 취직하는 방법이 가장 쉬어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이들이 대부분 이런 경로를 밟아요. 두번째는 한국 지사에 들어가 3년 이상 일하면 (실리콘밸리) 본사로 옮길 기회가 있어요. 세번째는 본인이 국내에서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포트폴리오 작성을 잘해서 미국 기업에 보내는 방법도 있어요. 실제로 실리콘밸리에 자비를 들여 비행기 타고 와서 ‘잡페어’(취업박람회)에 참여하는 이도 봤죠.”
서씨는 첫번째 경우였다. 미국에 박사학위를 따러 갔다가, 석사학위까지만 하고 2012년에 직장을 잡았다. “저는 미국 대학에서 취업에 대한 지원을 잘 받은 편이였죠. 같이 입학한 동기 대부분이 그런 경로를 통해 실리콘밸리에서 일해요. 영어는 미국 기업에서 일하니 의사소통을 할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그래도 기술 용어를 많이 쓰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 역시 외국인인 경우가 많아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미국 안에서 연봉 높은 편이지만
자연과 가까이하는 삶의 질 높아”
상명하복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 꼽아 “실리콘밸리서 일하는 방법은
유학 왔다 취직하는 게 가장 쉬워
지사 근무·직접 지원 경로도 있어” “영어는 의사소통할 수 있는 정도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돼”
“유명한 기업만 노릴 필요 없어
작은 기업 엔지니어 대우 더 좋아” 케이그룹을 이끌고 한국에 온 윤종영 아이티 컨설턴트는 적극적이고, 미국식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준용씨 같은 경우는 매우 적극적이었죠. 외국 대학도 찾고, 미국에서 직장을 잡으려는 노력도 하구요. 하지만 국내 인력은 자기소개서부터 잘 쓰지 못해요. 외국 기업은 지원자의 가정 환경이나 무슨 대학을 다녔는지를 중요하게 보지 않아요. 여기에 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잘 표현해야죠.” 실리콘밸리에서 일한지 15년이 넘는 윤씨는 특히 한국인 지원자들이 질문을 잘 못한다고 했다. “저도 구직 지원자를 인터뷰를 할 때가 있는데, 보통 미국에서는 마지막에 면접담당자가 ‘나한테 물어볼 게 없냐’고 물어보죠. 이때 질문을 잘해야 해요. 그때가 자신이 얼마나 일과 기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죠.” 윤씨는 외국 기업 취업을 희망할 경우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링크드인’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구글이나 트위터 처럼 유명한 기업만을 노릴 필요도 없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에선 작은 기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의 대우가 더 좋아요. 구글 같은 곳에서 일하는 인재를 스카우트해야 하니까. 작은 기업이라고 연봉이 더 작지 않죠. 실리콘밸리에선 이름 값으로 대우가 달라지지 않아요.” 서씨도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엔 연봉이 적을 수도 있지만, 대신에 기업 지분을 나눠줘요”라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에 오기 위해선 이름은 없지만 유망한 ‘로켓’에 올라탈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윤씨는 실리콘밸리가 매력적인 이유로 높은 연봉이 아니라 ‘삶의 질’과 노동 환경 때문이라고 했다. 윤씨는 “물론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이 받는 연봉은 미국 내에서도 높은 연봉이에요. 하지만 그것보단 자연과 가까이 살 수 있는 삶의 질이 높아요”라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5,6년차 개발자의 기본 연봉은 20만 달러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보다 좋은 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오전 10시반에 출근해, 6시반에 퇴근하고 주말에 쉬는”것이라고 서씨도 말했다. 삶의 질과 함께 이들은 개발자로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들었다. “국내 기업은 직원들에게 큰 그림을 보여주지 않는 것 같아요. 시스템 통합(SI)업체의 경우 하청업체는 납품 기일만 맞추면 돼요.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를 알수 없죠. 위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요.” 윤씨는 실리콘밸리는 다르다고 했다. “매니저들이 엔지니어들한테 ‘이건 니꺼야’라고 해요. 상명하복이 아니라 자신이 아이디어를 짜고 사업화를 해가는 재미가 있어요. 애플도 실리콘밸리에서 엄청 일하는 기업으로 유명해요. 하지만 내가 만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전세계에서 쓴다는 자부심이 있죠.” 자신이 알아서 일을 하는 만큼 분위기도 자유롭다. 서씨가 일하는 징가에서는 강아지가 사무실을 돌아다니고, 직원들이 맥주를 마시며 일하는 등 매우 수다스러운 분위기라고 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침 10시 이전에 회의를 잡는 것도 정말 미안해 해요. 그전에 한다고 해도 팀원들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만이죠. 출근 하기 전 시간을 지켜주는 거죠. 이런 조직과 문화가 창의력을 만들지 않을까요.” 반면 국내 아이티업체를 방문했을 때조차 윤씨는 “숨이 막히는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한국 아이티 산업은 굴뚝산업 틀(일하는 방식)에서 내용만 바뀐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분위기는 실리콘밸리에 온 삼성이나 엘지(LG) 등 현지법인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의 능력있는 개발자들은 일을 많이 하고 오래하는 한국 기업을 별로 선호하지 않아요. 능력있는 개발자들은 한국으로 돌아오려는 사람도 적죠.” 글·사진 이완 기자 wani@hani.co.kr
자연과 가까이하는 삶의 질 높아”
상명하복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 꼽아 “실리콘밸리서 일하는 방법은
유학 왔다 취직하는 게 가장 쉬워
지사 근무·직접 지원 경로도 있어” “영어는 의사소통할 수 있는 정도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돼”
“유명한 기업만 노릴 필요 없어
작은 기업 엔지니어 대우 더 좋아” 케이그룹을 이끌고 한국에 온 윤종영 아이티 컨설턴트는 적극적이고, 미국식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준용씨 같은 경우는 매우 적극적이었죠. 외국 대학도 찾고, 미국에서 직장을 잡으려는 노력도 하구요. 하지만 국내 인력은 자기소개서부터 잘 쓰지 못해요. 외국 기업은 지원자의 가정 환경이나 무슨 대학을 다녔는지를 중요하게 보지 않아요. 여기에 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잘 표현해야죠.” 실리콘밸리에서 일한지 15년이 넘는 윤씨는 특히 한국인 지원자들이 질문을 잘 못한다고 했다. “저도 구직 지원자를 인터뷰를 할 때가 있는데, 보통 미국에서는 마지막에 면접담당자가 ‘나한테 물어볼 게 없냐’고 물어보죠. 이때 질문을 잘해야 해요. 그때가 자신이 얼마나 일과 기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죠.” 윤씨는 외국 기업 취업을 희망할 경우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링크드인’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구글이나 트위터 처럼 유명한 기업만을 노릴 필요도 없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에선 작은 기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의 대우가 더 좋아요. 구글 같은 곳에서 일하는 인재를 스카우트해야 하니까. 작은 기업이라고 연봉이 더 작지 않죠. 실리콘밸리에선 이름 값으로 대우가 달라지지 않아요.” 서씨도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엔 연봉이 적을 수도 있지만, 대신에 기업 지분을 나눠줘요”라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에 오기 위해선 이름은 없지만 유망한 ‘로켓’에 올라탈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윤씨는 실리콘밸리가 매력적인 이유로 높은 연봉이 아니라 ‘삶의 질’과 노동 환경 때문이라고 했다. 윤씨는 “물론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이 받는 연봉은 미국 내에서도 높은 연봉이에요. 하지만 그것보단 자연과 가까이 살 수 있는 삶의 질이 높아요”라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5,6년차 개발자의 기본 연봉은 20만 달러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보다 좋은 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오전 10시반에 출근해, 6시반에 퇴근하고 주말에 쉬는”것이라고 서씨도 말했다. 삶의 질과 함께 이들은 개발자로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들었다. “국내 기업은 직원들에게 큰 그림을 보여주지 않는 것 같아요. 시스템 통합(SI)업체의 경우 하청업체는 납품 기일만 맞추면 돼요.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를 알수 없죠. 위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요.” 윤씨는 실리콘밸리는 다르다고 했다. “매니저들이 엔지니어들한테 ‘이건 니꺼야’라고 해요. 상명하복이 아니라 자신이 아이디어를 짜고 사업화를 해가는 재미가 있어요. 애플도 실리콘밸리에서 엄청 일하는 기업으로 유명해요. 하지만 내가 만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전세계에서 쓴다는 자부심이 있죠.” 자신이 알아서 일을 하는 만큼 분위기도 자유롭다. 서씨가 일하는 징가에서는 강아지가 사무실을 돌아다니고, 직원들이 맥주를 마시며 일하는 등 매우 수다스러운 분위기라고 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침 10시 이전에 회의를 잡는 것도 정말 미안해 해요. 그전에 한다고 해도 팀원들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만이죠. 출근 하기 전 시간을 지켜주는 거죠. 이런 조직과 문화가 창의력을 만들지 않을까요.” 반면 국내 아이티업체를 방문했을 때조차 윤씨는 “숨이 막히는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한국 아이티 산업은 굴뚝산업 틀(일하는 방식)에서 내용만 바뀐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분위기는 실리콘밸리에 온 삼성이나 엘지(LG) 등 현지법인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의 능력있는 개발자들은 일을 많이 하고 오래하는 한국 기업을 별로 선호하지 않아요. 능력있는 개발자들은 한국으로 돌아오려는 사람도 적죠.” 글·사진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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