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스마트폰업체 마이크로맥스
투자·인수 의향 전달해와
채권단 “다양한 가능성 고민”
‘팬택 기술력 흡수가 목표’ 분석
“장기적으로 부정적 효과” 지적
투자·인수 의향 전달해와
채권단 “다양한 가능성 고민”
‘팬택 기술력 흡수가 목표’ 분석
“장기적으로 부정적 효과” 지적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의 ‘국외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매각 이후 불거졌던 기술의 국외 유출과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팬택과 채권단의 관계자들은 1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인도의 스마트폰 업체 ‘마이크로맥스’가 최근 산업은행에 투자 또는 인수 의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창업자 중 한 사람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수준일 뿐 마이크로맥스 회사 차원에서 투자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단계까지 온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팬택의 독자 생존이 쉽지 않아 보이는 지금의 상황에선 채권단이 특별한 대책 없이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며 “해외 매각 등 다양한 방향으로 문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엘지(LG)전자 같은 국내 제조사가 현재 팬택 지분 투자나 인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꼭 마이크로맥스가 아니더라도 적당한 임자만 나서면 해외 업체에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종기업 ’인 팬택이 이런 상황까지 몰리게 된 건 국내 시장의 마케팅 경쟁 격화 등에 밀려 좀처럼 실적 악화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 하고 있는 탓이다. 팬택은 2012년 3분기 이후 6분기 이후 연속 손실을 기록해, 지난달에는 두번째 워크아웃(기업회생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해 말 ‘베가 시크릿’ 시리즈의 예상 밖 선전에 힘입어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데 이어 올해 1·2월 소폭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달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라는 암초를 만나 올해 1분기에도 결국 흑자 성적표를 받기 힘들 것이라는 게 팬택 관계자들의 얘기다. 차기 전략폰 ‘베가 아이언2’출시(5월 초)로 반전을 꾀한다는 계획이지만, 이통사의 추가 영업정지 상황과 맞물려 선전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팬택은 투자·인수 의향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처지이다. 제품개발과 마케팅 등을 위한 돈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선 반갑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기술만 빼앗긴 채 언제 문닫을지 모르는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저가폰 위주로 인도 내수시장에 주력하며 커온 마이크로맥스가 팬택의 기술력 흡수를 목표로 투자·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팬택이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등을 제치고 스마트폰에 지문인식 기능과 킬스위치(도난시 원격제어로 스마트폰 사용을 불가능하게 하는 장치) 기능을 가장 먼저 탑재하는가 하면, 애플도 보유하지 못한 엔드리스메탈(하나로 이어진 금속테두리)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의 김종기 연구위원은 “팬택이 해외 업체에 매각되면 이런 기술력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또 국내 시장에서 삼성-엘지의 양강 체제가 더욱 굳어지며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해외 매각에 대한 이런 부정적 시각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보인다. 이 관계자는 “기술력 유출을 걱정할 정도로 팬택이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국외 매각 선택지를 제외해) 당장 팬택 종업원들이 거리에 나 앉게 하는 게 나은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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