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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중년의 승무원 늘어나는 추세…진상 손님은 사절”

등록 2014-07-23 20:52수정 2014-07-23 22:07

아시아나항공의 베테랑 국제선 승무원인 신효정씨가 18일 <한겨레> 인터뷰 도중 항공기를 배경으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베테랑 국제선 승무원인 신효정씨가 18일 <한겨레> 인터뷰 도중 항공기를 배경으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일터 l 직업의 세계] 아시아나항공 신효정 부사무장
한달에 9일 ‘비행 없는 날’
자격증 취득·대학원 가능
월급받고 여행다니며 자기계발
임신땐 2년 유급휴가…복지도 좋아

올림머리 탓 탈모 고통
불규칙적인 휴일은 단점
토익·수영 등 잘하면 채용 유리
항공사 스튜어디스는 공채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는 경우가 태반이다. 다양한 외국어 구사 능력과 세련된 매너, 빼어난 용모를 갖춘 ‘하늘지기’, ‘민간 외교사절’, ‘하늘의 꽃’ 등의 별칭을 단 스튜어디스는 여전히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 가운데 하나다.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만난 신효정(30)씨는 입사 9년차의 베테랑급 국제선 승무원이다. 신씨는 우선 스튜어디스나 스튜어드 대신 요즘은 캐빈 크루(Cabin Crew)라는 용어가 쓰인다고 말했다. 캐빈은 항공기나 우주선 등에서 승객을 위해 마련된 공간 또는 승무원이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신씨는 이코노미석, 비즈니스석 담당을 거쳐 지난해부터 에이스급 승무원이 맡는 ‘퍼스트 클래스’를 담당하고 있다. 직급은 부사무장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입니다. 또 매일 새로운 곳에서 다양한 사람과 함께하기 때문에 지겨울 새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죠. 지금은 브이아이피(VIP) 승객들과 얘기를 나눌 경우가 많다 보니 시사 현안이나 <타임>지 커버스토리 정도는 늘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약간 부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공부가 되고 있습니다.”

신씨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런데 대학 3학년 때 전공에 답답함을 느끼던 차에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본 승무원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됐다고 한다. 먼저 승무원이 된 학교 선배 등에게 조언을 구하고 1년여간 영어와 수영 실력을 늘린 결과, 가을학기 졸업을 앞둔 2006년 봄 공채시험에 합격했단다.

“월급 받아 가면서 내가 가고 싶었던 세계 곳곳을 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휴일도 명절도 없는 업무여서 노동강도가 높다고들 하지만, 나름대로 지혜를 짜내면 자격증 취득이나 대학원 진학 등 자기계발 기회도 충분히 가질 수 있어요.”

남이 쉬는 휴일이나 명절, 휴가철에 거꾸로 쳇바퀴 생활에 치여서 살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대답이다. 동료 직원들 중에는 바쁜 비행 스케줄을 쪼개 1년여를 투자한 끝에 소믈리에 자격증을 딴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제선 승무원은 한달에 의무적으로 9일은 쉬도록 돼 있다. ‘비행 없는 날’이란 표현을 썼다. 일반 대기업에서 쉬는 주말과 공휴일 등을 평균한 수치란다. 다만 주말 등 정해진 날에 남들과 부대낄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12시간 이상 걸리는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된 뒤에는 현지에서 의무적으로 2~3일 쉰 뒤 다시 승무한다. 장거리 비행기 안에서도 8시간 근무를 초과하면 ‘벙크’(Bunk)에서 반드시 교대로 쉬도록 돼 있다. 벙크는 객실 위쪽이나 아래쪽에 설치돼 있고 2~3명이 누워서 쉴 수 있는 크기다.

그렇다고 해도 8시간 내내 정장 차림에다 하이힐을 신은 채 100㎏ 가까이 되는 물품 운반 카트를 모는 일도 녹록지 않을 텐데, 체력적 부담은 없을까? 신씨는 “이륙 직전까지 정장과 하이힐을 신고 승객을 맞지만 이륙 뒤부터는 곧바로 굽이 낮은 기내식 단화로 갈아신는다”고 말했다. 착륙이 임박하면 반대로 다시 정장과 하이힐을 신는다. 다만 항상 올림머리로 꽉 묶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헤어케어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탈모로 고생하는 여승무원이 꽤 많다고 한다.

“국제선 승무원들은 통상 미주·유럽·동남아 노선 등에 가리지 않고 투입되지만, 연속으로 장거리 노선 승무는 하지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 또 장거리 노선에 탑승한 뒤에는 반드시 현지에서 2~3일을 충분히 쉰 뒤 재탑승하기 때문에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시차 변동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봅니다.”

신씨는 입사 뒤 8년 동안 노선이 있는 국제선을 모두 승무한 덕에 이미 20여개 나라는 다 훑어봤다고 했다. 노선이 없어 못 간 북유럽이나 남유럽 쪽은 따로 휴가를 내서 둘러봤단다. 그는 “여사원에게 임신 직후부터 출산 뒤 육아까지 만 2년간 유급휴가를 주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좋은 직업이라고 본다”며 “직계 가족들에게도 공항이용료 정도만 내고 비성수기에 편하게 국내외를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만 보고 입사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체념하고 일찍 그만두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엔 결혼 후 중년의 나이에도 승무직을 이어가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신씨는 설명했다.

이른바 ‘진상 승객’은 승무원을 괴롭히는 것 가운데 하나다. 신씨는 “밖에서 만나자며 작업을 걸거나, 음식 투정, 막무가내로 비즈니스석 등으로 자리를 옮겨달라거나 ‘내가 누군데’라는 식으로 나오는 사람”을 대표적인 ‘진상’으로 꼽았다. 최근 승무원들을 긴장시키는 사안이 하나 더 등장했다며 삼가줄 것을 당부했다.

“기내식 배열 상태나 배식 과정, 기내식 종류를 설명하는 손짓이나 몸동작, 심지어 얼굴 모습까지 카메라로 일일이 찍어대는 손님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럴 때면 장거리 노선의 경우 8시간 근무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신씨에게 승무원을 지망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토익은 흔히 550점 커트라인만 넘으면 된다고 하지만 말 그대로 커트라인일 뿐 점수를 많이 쌓아야 한다고 했다. 일본어와 중국어 등도 무기로 삼아두면 입사 면접 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수영 테스트에서 낙방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체력은 장기적으로 차분히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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