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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스펙 대신 ‘직무능력 중심’ 채용 확산

등록 2014-12-15 21:07

올해 ‘직무평가모델’ 도입 180곳
“신입 아닌 경력직 채용하는 듯”
“능력만 보고 뽑았더니 ‘신입사원 아니라 전문경력직을 뽑은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네요.”

엘엑스(LX)대한지적공사는 지난 4월 공채에서 입사지원서와 면접 방식을 크게 바꿨다. 출신학교와 보유자격증, 개인 신상을 강조했던 기존 지원서를 없애고 대신 ‘역량지원서’를 도입해 직무 관련 경험과 활동 중심으로 평가했다. 면접도 신변 관련 단순 질의응답에서 탈피해 ‘역량면접’(경험면접 및 상황면접)으로 바꿔 스펙이 아닌 직무능력으로 인재를 선발했다. 지적공사는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부터 본격 개발해 기업체에 무료 보급하고 있는 인재채용방식인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을 활용했다.

지적공사는 필수자격·영어점수·필기시험점수 같은 스펙은 뒤로 밀쳐놓고 서류·검사·면접 등 3단계 전형에서 모두 직무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서류전형(역량지원서)은 접수증 수준의 입사지원서에서 벗어나 직무역량과 연계된 ‘자기 기술서’를 새로 도입했다. 검사전형(역량테스트)과 면접전형(업무 관련 경험면접·상황면접)에서도 기존의 지식중심 시험에서 탈피해 업무능력과 조직적합성을 검증했다.

최규명 지적공사 인사부장은 “그동안 스펙에 가려 찾지 못했던 직무능력을 지닌 인재를 제대로 평가·채용할 수 있었다”며 “스펙중심 채용 구조에선 뽑히지 못했을 듯한 어느 전문대 졸업 신입사원의 경우 직무경험이 풍부해 별도 교육없이 현장에 투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무역량을 갖춘 준비된 지원자가 많아 경력직 채용같은 효과가 있었고, 허수지원자가 줄어(92명 채용·경쟁률 9.8 대 1) 채용비용도 줄었다.

스펙이 화려한 사람을 일단 뽑은 뒤에 맡길 직무는 나중에 고민해왔던 기업들이 이제 ‘직무 중심’ 평가·채용으로 바뀌고 있다.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을 새로 채택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올해 이 모델을 도입한 기업은 한국도로공사·고려아연(주) 등 공공부문 및 대·중소기업 에 걸쳐 총 180개에 이른다. 이 모델은 틀에 박힌 학력과 스펙 위주에서 벗어나 직무역량 중심으로 채용할 수 있게 돕는 종합 선발시스템으로, 도입 기업에는 개별 기업에 맞는 채용과정을 설계해주는 ‘채용컨설팅’, 역량면접 기법을 전달하는 ‘면접관 교육’, 역량평가모델(역량지원서·역량면접·역량테스트)을 제공한다. 대한상의 쪽은 “이 모델은, 5대 스펙(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을 넘어 8대 스펙(5대 스펙 + 봉사·인턴·수상경력)으로까지 늘어난 구직자의 부담도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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