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깨끗한 기업이다. 예( ) 아니오( )’
“정부의 대기업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에서 무노조 기업은 일반적이며 노조가 없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삼성은 공정하고 깨끗한 기업이다.”
‘무노조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기업규제 바림직 않다’ 등 포함
지원자들 “답쓰며 모멸감 들었다” 삼성그룹이 25일 치른 입사시험의 하나인 삼성 직무적성검사(SSAT)에서 출제된 문제들이다. 삼성 직무적성검사는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의 모든 계열사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봐야 하는 시험으로 1년에 두 차례 치러진다. 삼성그룹이 인기 직장이다 보니까 시중에 가짜 기출문제집이 나돌 정도로 지원자가 많다. 이번 하반기 시험에는 2만6천여명이 몰렸다. 지원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2교시 시험이었다. 삼성 쪽은 이른바 인성검사로 불리는 ‘직무적성검사 Ⅱ’에서 정부의 재벌정책과 무노조 문제 등에 대해 삼성 쪽의 주장을 담은 지문을 상당수 제시한 뒤 ‘그렇다’, ‘아니다’의 대답을 요구했다. 이날 적성검사를 본 이아무개(27)씨는 “솔직히 소신껏 답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며 “당장 취업에 목을 매는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예’에 답을 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을 무릅쓰더라도 조직에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한 충성도를 시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취업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도 이날 시험을 본 지원자들이 남긴 자조적인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한 지원자는 “삼성은 과연 무슨 답을 원했던 것일까? 그냥 씁쓸하고 우울해지는 기분이었다”며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그런 나 자신도 만약 합격을 시켜준다면 감사의 탄성과 함께 입사할 것이라는 모순된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지원자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답을 썼다며 “삼성보다는 나 자신에 대해 경멸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문에 ‘그렇다’는 답을 썼다는 지원자는 “순간의 정의감에 불타 ‘미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직무적성검사를 통과했다는 한 지원자가 “삼성에 부정적인 답을 썼지만 시험에 통과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양심’을 따른 상당수 수험생들은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하며 밤새 끙끙 앓았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2부 인성검사에서는 현재 가장 이슈가 되어 있는 사항에 대해 일관성 있게 대답하느냐를 본다”며 “이런 출제 의도에 따라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헷갈리게 배치하는 것으로 특별한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지는 않는지 논리적 일관성을 보는 검사로 삼성에 불리하게 대답한다고 해서 그 대답 때문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남일 홍대선 기자 namfic@hani.co.kr
‘대기업규제 바림직 않다’ 등 포함
지원자들 “답쓰며 모멸감 들었다” 삼성그룹이 25일 치른 입사시험의 하나인 삼성 직무적성검사(SSAT)에서 출제된 문제들이다. 삼성 직무적성검사는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의 모든 계열사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봐야 하는 시험으로 1년에 두 차례 치러진다. 삼성그룹이 인기 직장이다 보니까 시중에 가짜 기출문제집이 나돌 정도로 지원자가 많다. 이번 하반기 시험에는 2만6천여명이 몰렸다. 지원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2교시 시험이었다. 삼성 쪽은 이른바 인성검사로 불리는 ‘직무적성검사 Ⅱ’에서 정부의 재벌정책과 무노조 문제 등에 대해 삼성 쪽의 주장을 담은 지문을 상당수 제시한 뒤 ‘그렇다’, ‘아니다’의 대답을 요구했다. 이날 적성검사를 본 이아무개(27)씨는 “솔직히 소신껏 답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며 “당장 취업에 목을 매는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예’에 답을 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을 무릅쓰더라도 조직에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한 충성도를 시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취업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도 이날 시험을 본 지원자들이 남긴 자조적인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한 지원자는 “삼성은 과연 무슨 답을 원했던 것일까? 그냥 씁쓸하고 우울해지는 기분이었다”며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그런 나 자신도 만약 합격을 시켜준다면 감사의 탄성과 함께 입사할 것이라는 모순된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지원자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답을 썼다며 “삼성보다는 나 자신에 대해 경멸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문에 ‘그렇다’는 답을 썼다는 지원자는 “순간의 정의감에 불타 ‘미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직무적성검사를 통과했다는 한 지원자가 “삼성에 부정적인 답을 썼지만 시험에 통과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양심’을 따른 상당수 수험생들은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하며 밤새 끙끙 앓았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2부 인성검사에서는 현재 가장 이슈가 되어 있는 사항에 대해 일관성 있게 대답하느냐를 본다”며 “이런 출제 의도에 따라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헷갈리게 배치하는 것으로 특별한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지는 않는지 논리적 일관성을 보는 검사로 삼성에 불리하게 대답한다고 해서 그 대답 때문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남일 홍대선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