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신규 1만7천명중 3천명 채용
국가직무능력표준 활용
지원서 학력·가족사항 없애고
일반상식·영어 시험도 폐지
국가직무능력표준 활용
지원서 학력·가족사항 없애고
일반상식·영어 시험도 폐지
한국전력·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 130곳이 올해 신규 채용 인력 가운데 3000명가량을 ‘스펙’대신 ‘직무능력’을 보고 뽑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공공기관들이 이런 식으로 채용 방식을 바꾸게 되면, 대기업을 비롯한 민간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130개 공공기관과 ‘직무능력중심 채용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30개 공공기관은 정부가 만든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활용해 신규채용 과정에서 채용공고문, 서류, 면접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올해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는 1만7000명인데, 직무능력 중심으로 3000명(17.6%)을 뽑겠다는 것이다.
엔씨에스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정부는 지난해 797개 직무에 대한 작업을 끝냈다. 공공기관들은 엔씨에스를 바탕으로 신규채용 자리에 어떤 직무능력이 필요한지 채용기준을 사전에 공개하고, 입사지원서와 필기시험, 면접에서도 직무능력 중심으로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입사지원서의 경우 학력, 가족사항 등 직무와 상관없는 항목은 빼는 대신 직무와 관련된 경험이나 능력 위주로 쓰게 하고, 필기시험도 직무와 상관없는 일반상식, 영어 등은 폐지할 예정이다. 다만 전공시험을 보는 공공기관은 취업준비생에게 혼란이 생길 수 있어 당분간 시험을 유지하고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기로 했다. .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30개 공공기관은 엔씨에스를 바탕으로 채용 모델을 이미 도입해 상반기부터 서류 및 면접전형에 반영하기로 했으며, 한국전력 등 100개 기관은 상반기 준비를 거쳐 하반기에 직무중심 채용을 진행한다. 정부는 엔씨에스 채용 모델에 대한 취업준비 매뉴얼, 면접 및 문제 샘플 등의 자료는 홈페이지(ncs.go.kr)에 올리고, 각 학교 및 취업준비기관에 배포할 예정이다.
인력을 채용하는데 있어 스펙 대신 직무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지만, 그동안 공공기관과 기업이 직무중심으로 운영되지 않아 전면적인 채용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여러 곳에 입사지원을 하는데 일반기업 채용과 함께 직무능력 시험도 준비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과도기 단계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업무와 상관없는 스펙 대신 직무능력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며 “채용 과정에서 직무능력 중심으로 뽑아야 고등학교, 대학교 교육과 직업훈련 내용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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