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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소년의 집 출신 395명 한 직장서 일해요”

등록 2005-10-06 18:06수정 2005-10-06 18:06

부산 소재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소년의 집 출신인 삼성에버랜드의 이정영 대리가 자신들 돌봐줬던 정테클라 수녀와 자리를 함께 했다. 삼성그룹에는 마리아수녀회 출신 직원들이 395명이나 근무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부산 소재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소년의 집 출신인 삼성에버랜드의 이정영 대리가 자신들 돌봐줬던 정테클라 수녀와 자리를 함께 했다. 삼성그룹에는 마리아수녀회 출신 직원들이 395명이나 근무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삼성 ‘희망’ 광고 주인공 이정영씨

지난달 초부터 삼성그룹 광고에는 ‘마리아수녀회’가 등장한다. 부산행 고속철도에 올라탄 30대 후반의 남자 한명을 배경으로 “오늘은 제가 자란 옛 집을 찾아가는 날”이라는 주인공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가 마리아수녀회에 도착하자 정테클라 수녀가 따뜻한 표정으로 그를 맞는다. 마치 어머니가 아들을 맞이하는 것처럼. 삼성의 시리즈 광고 ‘함께 가요 희망으로’ 마리아수녀회편이다.

마리아수녀회 형제·자매들 그룹 곳곳서 중견 자리매김
“명절엔 ‘고향’ 서 회포 풀죠”

주인공은 마리아수녀회 소년의 집에서 성장해 삼성에버랜드에서 17년째 일하는 이정영 대리(37)다. 삼성전자 수원 정보통신연구소 건물 관리를 맡고 있는 에버랜드의 자동제어시스템 담당자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수녀회에서 자란 그가 한국 최고기업 삼성에 입사했고, 광고모델로 방송까지 탔으니 결코 흔치 않은 일이다. 이번 광고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면서 그도 유명인사가 됐다. “제가 수녀회 출신이란 것을 몰랐던 지인들이 전화를 많이 걸어와요. 이미 알고 있던 회사 동료들도 많은 격려를 해주고 있습니다.” 이 대리는 자동제어시스템 분야에서 기술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냉난방과 공조 시스템 등을 관리하는 것이지만 수십층짜리 건물을 관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요즘 더 많은 기술적 노우하우를 쌓기 위해 어학공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정작 승진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승진을 하게 되면 관리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술적으로 후퇴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작 흥미를 끄는 것은 이 대리와 같은 마리아수녀회 출신 직원들이 삼성에 395명이나 일한다는 사실이다. 에버랜드에선 혼자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거의 모든 계열사에 고르게 퍼져있다. 대부분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전자공고 출신이다. 몇몇 선배와 동료들은 과장까지 승진했다. 삼성테크윈 구매기획팀에서 일하는 윤아무개 과장도 소년의 집 선배다. 삼성전자 비디오사업부 정아무개 과장은 소년의 집을 같이 졸업한 동기다. 학창시절 학생회장을 맡았던 만큼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활동적이어서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의 모임은 따로 없다. 명절 때면 부산 수녀회에서 만나 그동안의 회포를 푼다.

같은 소년의 집 출신이 같은 회사에서 400명 가까이 중견 사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우선 학연과 혈연을 따지는 현실에서 회사 입사와 승진 자체가 쉽지 않다. 또 같은 소년의 집 출신을 그렇게 많이 뽑는 기업도 없다. 이 대리는 마리아수녀회 출신들이 삼성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를 “오랫동안 이어져온 삼성과 수녀회의 끈끈한 관계 때문”이라고 말한다. 삼성은 창업자인 이병철 전 회장 때부터 마리아수녀회를 후원해왔고, 덕분에 마리아수녀회는 소외된 어린이들을 번듯한 사회인으로 키워낼 수 있었다. 그다지 학벌을 따지지 않는 삼성의 기업문화도 이들이 쉽게 자리를 잡는 데 한 몫을 했다. 물론 그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마리아수녀회의 운영이 아직도 미국과 독일의 후원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예전과 달리 많은 기업과 시민들이 후원을 해주지만 아직은 모자란 것 같다”며 “한국 경제가 많이 성장한 만큼 어린이들을 돌보는 문제도 이젠 국내에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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