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자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현대차그룹 임직원 대상 설문
응답자 41% ‘월말 결산하듯’
최고 회식은 ‘경기장서 치맥’
응답자 41% ‘월말 결산하듯’
최고 회식은 ‘경기장서 치맥’
우리나라 대기업 직장인들은 회식을 얼마나 자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 임직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직장 회식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개인 또는 가족 중심의 문화가 확산하면서 대기업에서도 회식은 이제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할 행사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임직원 801명을 대상으로 '회식은 얼마나 자주 하는 게 적당할까'라고 물어보니 응답자의 41%가 '월말 결산하듯' 한 달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26%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분기에 한번 하는 게 좋다'고 답할 정도로 회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응답자의 24%는 '한 달에 한 번은 정이 없다'면서 보름에 한 번씩 회식하는 게 적당하다고 봤다.
'일 년에 한 번'과 '일주일에 한 번'은 각각 응답자의 4%였으며 매일 회식하자는 응답자는 전체의 1%에 불과했다.
회식과 관련해 잊고 싶은 비화에 대한 설문에는 전체의 53%가 분위기에 취해 필름이 끊길 때까지 음주해 다음날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사례를 꼽았다.
이어 '평소 친해지고 싶었던 동료에게 취기를 빌려 속마음을 말해버렸다'(11%), '분위기도 파악 못 하고 눈치 없이 값비싼 메뉴를 주문했다'(10%), '음식 서빙하다 서툴러 실수를 연발했다'(9%) 순이었다.
현대차그룹 직원들이 해보고 싶은 직장 회식은 '열정을 쏟아내는 스포츠 경기장에서 치맥과 함께하는 회식'(23%)이 1위였다.
'우아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하는 정찬 회식'(22%), '회식의 정석은 역시 고깃집에서 정겹게'(20%), '영화관이나 미술관에서 하는 회식'·'볼링이나 당구 같은 게임을 하는 회식'(16%)이 뒤를 이었다.
회식이 절실하게 생각날 때는 '팀 분위기를 빵빵 띄우고 싶을 때'가 전체 응답자의 49%로 압도적이었다.
회식이 반갑지 않을 때는 '피곤에 취했을 때'(40%), '업무가 교통 체증처럼 밀려올 때'(23%), '다음날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15%) 순이었다.
현대차그룹 직원들의 회식 추억담도 눈길을 끌었다.
한 직원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선배들이 주는 술을 계속 받아마시고 다음날 눈을 떴는데 오전 10시라 크게 지각했다면서 그 이후 입사 8년차가 된 지금까지 회식 다음날 결코 지각한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취기에 사수에게 불만을 토로했다가 화가 난 사수가 나를 잡겠다고 쫓아다녀 한 시간 넘겨 추격전이 벌어졌던 일화도 있었고 처음 입사했을 때 선배들이 잘생기고 똑똑한 신입사원이 들어왔다며 매일 돼지갈비를 사주었던 때가 기억났다는 직원도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