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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가슴 울린 ‘스타트업 관두며…’

등록 2015-11-18 20:14

송준협씨
송준협씨
송준협씨 글 온라인 공유되며 화제
“현실 알려주는데 기여하면 좋겠다”
1990년대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벤처 붐’이 일었듯, 2010년 모바일 시대에는 이름만 바꿔 ‘스타트업(start-up)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시작한다’는 의미가 강한 이름인 ‘스타트업’의 가능성에 가슴 떨려 하는 젊은이들도 많고 에릭 슈밋 알파벳·구글 회장과 같이 “인생은 짧다, 도전하라”고 북돋우는 멘토들도 많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 스타트업 창업자의 글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카카오가 시범 운영 중인 글쓰기 애플리케이션 ‘브런치’에 지난달 말 올라온 ‘첫번째 창업팀을 그만두며 배운 6가지’라는 제목의 글(brunch.co.kr/@sapu0000)은 구독자가 196명뿐인데도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1400차례 넘게 공유됐다.

“아직 나이도 젊고 경험도 많지 않으니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려고 쓴 글은 아니고요, 다만 스타트업 창업에 매달렸다가 그만둔 뒤 느낀 점을 틈틈이 적어뒀다가 그걸 글로 정리한 거예요.” 글쓴이인 송준협(28)씨는 17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기처럼 썼는데 너무 큰 반응에 저도 놀랐다”고 했다. 현재는 동네의 소소한 공방을 소개하는 서비스인 토마킷(tomakit.com)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을 새로 시작한 그는 지난 6월 1년여 동안 창업자로서 몸담았던 스타트업을 떠났다. 이번 글은 당시 느꼈던 점을 적은 글이다. 그는 “불과 1년 전 일인데도 돌아보니 ‘당시에 왜 그랬지’ 싶은 부분이 많았고 바로 그런 부분에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첫번째 깨달음으로 “창업자란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여하게 되는 자리”라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조언을 인용했다. “이 말을 전해 듣는 순간 마음이 동요됐다”고 한다. 과연 내가 직원들의 인생까지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는가에 비로소 생각이 미친 것이었다. 그는 “직원들의 인생까지 책임질 각오가 없었다면 창업은 좀더 나중에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의리로 창업의 길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평소에 은인이자 멘토로 여겨온 형이 창업을 하자고 하기에 사업 아이템도 제대로 모르면서 덜컥 수락했죠.”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이불을 발로 찬다고 한다. 다음으로 그는 눈앞에 보여줄 수 없는 희망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무런 수치와 지표 없이 근거 없는 희망만 붙잡고 있다가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다는 것이다.

‘얇고 넓은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을 경계하고 ‘그럴듯하고 대단해 보이는 것’에만 너무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배웠다고 한다.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통찰력이 깊은 척하며 멘토를 자처하는 사람일수록 실망할 일이 많으며 창업자, 회사의 대표이기 때문에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필요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스타트업인데도 채용 공고를 내면 대기업 직원들도 많이 오는 걸 보면서 정말 스타트업 열풍이 뜨겁구나 느낍니다. 막연한 기대를 하고 왔다가 실망하게 될 사람들에게 현실을 알려주는 데 제 글이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면 좋겠네요.”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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