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은행의 신입행원 모집계획
고임금·전문성 매력…“환란전 인기 회복”
나이·학벌등 파괴 ‘개방형 채용’도 새바람
지난해 가을 서울소재 한 대학의 상경계열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해 온 유아무개(27)씨. 그는 대기업 소속의 제조업체나 벤처·정보통신 업체 대신 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벌써 너댓번 낙방의 쓴잔을 마셨지만, 그는 요즘도 친구들과 ‘은행 입사준비 동아리’까지 만들어 ‘뱅커’의 꿈을 키우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은행권이 구직자들의 최고 선호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가에 이른바 ‘은행 고시반’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일부 은행에서는 100명 모집에 지원자가 1만명 이상 몰려드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취업난 속 ‘은행고시’ 열풍=이달초 기업은행이 신입행원 모집 공고를 내자 100명 모집에 1만600명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지원자 중에는 박사급 34명, 외국 엠비에이(MBA) 출신 44명, 변호사·공인회계사 등 전문직 자격증 소지자도 300여명이나 포함됐다. 외환은행도 지난 7월 나이·학력 불문의 신입행원 80명 모집 공고를 내자 1만1400명의 지원자가 몰려 14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신규채용에서는 경쟁률이 250대 1에 달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구직자들이 은행으로 몰려드는 데는 전체적으로 청년실업률이 높은 탓도 있지만, 은행권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여수준이 높고 안정성·전문성도 강하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은행 직원 평균연봉이 제조업체의 2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한 인사담당 관계자는 “한때 최고의 직장이었던 은행권이 외환위기 이후 잠시 주춤했으나, 제자리를 잡으면서 다시 옛 영광을 되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학력·성적 파괴=전통적으로 시중은행들이 신규채용 때 나이·성별을 제한하거나 학벌·성적을 주요 자격요건으로 두었지만, 일부 은행들이 이런 관행에서 벗어난 ‘개방형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7월 외환은행이 나이·성별·학력을 묻지않는 개방형 채용을 실시한 이후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이를 따르는 추세다.
하반기 100명 선발을 목표로 24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신한은행은 이번 모집에서 지원자격으로 토익성적 제출을 없애는 대신 학내외 사회봉사활동 경력을 더 우대해 주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전체 채용인원의 30%를 지방대에 할당하기로 했다.
특히 당락을 결정하는 면접에서도 임원면접 이외에 실무자 면접을 강화해 성적 뿐 아니라 ‘폭넓은 인간관계(네트워크) 형성 능력’을 주요 선발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업은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인 만큼, 실무자 면접 과정에서 진취적인 마케팅 능력과 폭넓은 인간관계를 중요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모집 때 실무자면접 과정에 축구경기를 포함시켜 관심을 끌었던 산업은행 관계자는 “경기를 통해 협력과 경쟁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살펴 봤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 이성식 대외협력본부장은 “근면성·도덕성 같은 은행원의 전통적인 덕목 이외에, 역동성과 창의성을 갖추고 급변하는 고객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외환은행 이성식 대외협력본부장은 “근면성·도덕성 같은 은행원의 전통적인 덕목 이외에, 역동성과 창의성을 갖추고 급변하는 고객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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