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레쥬르-가맹점주 신사협정 가맹계약 20년까지 보장

500m안 신규매장 최대한 자제
70%이상 동의받은 뒤 판촉행사
프랜차이즈 업계에 영향 줄듯
자율협약 넘어 법개정 필요성

대기업 프랜차이즈본부가 가맹점들에 광고비를 떠넘기거나 계약 해지를 들먹이며 위협하는 횡포로 논란을 빚어온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씨제이(CJ)푸드빌이 가맹점주들과 ‘신사협정’을 맺었다. 계약 갱신 기간을 늘리고 주변에 신규 출점도 자제한다는 내용으로, 프랜차이즈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뚜레쥬르’ 브랜드로 빵집 가맹사업을 하는 씨제이푸드빌은 21일 서울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에서 김창완 뚜레쥬르 가맹점주협의회 대표 등 307개 가맹점주들과 공정거래와 상생을 약속한다는 취지로 ‘공정거래협약 체결식’을 했다. 앞서 1년 가까이 협의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맺은 협약에는 가맹점 계약 갱신 기간을 20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가맹사업법에는 프랜차이즈본부와 일정 기간 계약을 맺으면 그 뒤로 10년간만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를 법적 기준의 두 배로 늘린다는 것이다. 또 기존 뚜레쥬르 점포로부터 500ｍ 안에는 신규 출점을 최대한 자제하고, 영업지역을 조정할 때는 반드시 가맹점주와 미리 합의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500ｍ 안에 새 점포를 열어 기존 점포 매출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씨제이푸드빌이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다.

역시 큰 문제로 꼽히는 광고비 부담에 대한 기준도 정했다. 앞으로 판촉행사는 전체 가맹점주 70% 이상의 동의를 받아 하고 집행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또 전국 단위로 하는 뚜레쥬르의 텔레비전·라디오 광고는 씨제이푸드빌이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이밖에 분기마다 씨제이푸드빌과 가맹점주들이 참여하는 ‘가맹점상생위원회’도 열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협약을 맺은 기업이 이를 잘 이행하면 일정 기간 동안 직권조사(서면실태조사 포함) 면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며 2014년 ‘공정거래협약제도’를 도입한 뒤 협약을 맺은 첫 사례다. 공정위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가맹사업 분야에서 자율적인 공정거래협약 체결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문목 씨제이푸드빌 대표도 “이번 협약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이 자율적으로 진정성을 갖고 도출해냈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동반성장위원회는 가맹사업 분야에서 씨제이푸드빌, 파리크라상, 롯데리아, 한국인삼공사, 편의점 씨유(CU)·지에스(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8곳을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으로 정한 바 있다.

가맹사업 ‘갑질 문화’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서는 협약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협약은 강제성 없는 자율협약이기 때문에 실효성을 강화하려면 가맹사업법 개정이나 대기업 프랜차이즈본부 사이의 공정거래협약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맹사업법 초안 작업에 참여한 김영균 대진대 법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계약 갱신 기간을 20년 이상 법으로 정해두는 경우가 많다. 500ｍ 안 신규 출점 자제도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관련 업계가 함께 출점 자제를 선언하는 협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