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6월 중순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소나르 페스티벌에서 뿜어져 나온 빛과 음악과 기술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 페스티벌에서는 가장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전자음악과 디지털 미디어 아트 공연이 사흘 밤낮 이어져, 마니아들이 꼭 가보고 싶어하는 꿈의 페스티벌로 꼽힌다. 이젠 페스티벌 마니아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기업가들이 이 페스티벌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바로 소나르 페스티벌과 함께 열리는 국제 콘퍼런스 ‘소나르플러스디’(S?nar+D) 때문이다. 올해로 4번째 열린 소나르플러스디에는 65개 나라 2천여개 기업이 참가했고, 4500여명의 참가자가 모여들었다.
“소나르플러스디는 창의적인 기술 공동체다.” 11~12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스타트업콘 2016’ 참석차 한국을 찾은 키케 니모(사진) 소나르플러스디 마케팅 책임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나르플러스디가 스타트업과 기업가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고 있는 것은 이런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소나르 페스티벌에서 이어져온 예술과 기술의 ‘협업’ 정신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니모는 이렇게 설명한다. “소나르플러스디는 기술과 비즈니스, 창의성이 결합하는 공동체에 역동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축제 기간에 스타트업들이 자신의 제품이나 프로젝트를 선보일 수 있는 공간 외에도, 최신 실험들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이런 공간에서 스타트업과 예술가 사이의 협업이 다양하게 일어날 수 있다.”
‘창업, 예술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린 스타트업콘에서도 예술과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협업 사례를 엿볼 수 있었다. 모두 11개의 스타트업이 가수 옥주연, 영화감독 윤성호, 밴드 잠비나이·이디오테잎 등의 예술가와 손잡고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쇼케이스를 통해 선보였다. 직물이나 가죽 등을 쓰다듬는 동작만으로 스마트폰 등을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한 임프레시보 코리아 안영석 대표는 “세상을 감동시키는 기술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예술적 사고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와 마술사 이은결이 함께한 쇼케이스 무대는 웨어러블 인터페이스를 활용한 의상과 마술 등이 결합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키케 니모는 ‘예술과 기술의 협업’과 더불어 소나르플러스디에서는 ‘미래의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소나르플러스디는 혁신과 파티라는 개념이 연결된 독특한 혁신 생태계”라고 말했다. 소나르 페스티벌에 모여 가장 혁신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예술 형태와 공연, 파티를 즐기고자 하는 관객들이 바로 스타트업이 주목해야 할 소비자들이라는 뜻이다.
니모는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소나르플러스디에서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스타트업에서 만든) 결과물을 선보이고, 협업을 시도해 그 결과물을 더욱 쓸모 있게 변형해야 한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훌륭한 영감을 얻고, 미래의 소비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소나르 페스티벌과 소나르플러스디는 6월15~17일 열린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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