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오피스상권 떠나 ‘동네 명물’로 뿌리내려
변신 내 가게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고기전문점 ‘ㅎ이야기’를 창업했습니다. 호텔 주방에서만 25년 일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 시작하더라도 잘해 나갈 자신이 있었습니다. 가진 돈이 넉넉하지 않아 지하에 있는 점포를 선택한 탓에 초기에는 매출이 적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 덕분인지 간신히 어려움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한계에 이른 것 같습니다. 다른 탈출구가 필요합니다.
맛 신경써도 매출 고만고만한데…
서울 대치동 주변 상권은 ‘테헤란 밸리’로 불리는 국내의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이라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음식점과 주점들이 많다. 얼핏 보기에 음식의 맛만 좋으면 입지가 조금 나빠도 운영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특히 음식 조리에 일가견이 있는 예비 창업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중의 하나가 바로 업종과 점포 입지와의 궁합이다. 서울 강남소상공인지원센터 상담사가 이 곳을 찾았을 때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비록 맛은 일품일지 모르지만, 스무가지가 넘는 복잡한 메뉴부터 어수선한 분위기, 환기가 되지 않는 구조 등 고기전문점이라는 업종으로는 더 나아지기가 어려워보였다. 담당 상담사는 점포 크기가 작고 임대료도 높은 이 곳에서는 더 이상 영업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국 점포 이전이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점주는 지난 4월 강남구 개포동의 주택가 지역으로 옮겨 다시 문을 열었다. 주 5일제의 여파를 적게 받고 주변에 경쟁 업종도 없으면서 회 요리에 강한 본인 적성에도 맞는다는 점을 고려해, 업종도 ‘우럭회 무침 전문점’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인테리어에 많은 돈을 들이기보다는 소박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점포 옆의 주차공간을 활용해 여름밤 손님들의 발길을 잡았다. 점심식사 메뉴로 개발한 들깨수제비는 이제 동네의 명물로 자리 잡았고, 매출은 매달 10% 이상 늘고 있다.
서정헌 중소기업청 중앙소상공인지원센터 팀장/nachla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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