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면에서 사람은 명분과 변명 속에서 산다. 학창 시절에 지독하게 연애를 못하는 한 친구의 자기 변명과 그것을 변형시킨 명분은 “사랑이란 뇌와 신경계에서 일어나는 다소 복잡한 물질 대사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물론 그러한 유물론적 신념을 완강하게 유지하지 못하고 졸업 직후 누구보다 빨리 전격적인 연애 결혼을 했으며 세월이 꽤 지난 지금까지 그 물질 대사 과정을 영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로서 두 아이를 생산하여 잘 키우고 있다.
아침부터,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부르짖는 '성공'에 대해 생각한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쳐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것을 정신적, 사상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형성된 이른바 성공학과 자기 계발의 전도사들인 멀포드(Prentice Mulford), 마든(Orison Swett Marden), 힐(Napoleon Hill), 필(Norman Vincent Peale), 몰츠(Maxwell Maltz) 등의 쟁쟁한 인물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신념과 의지, 사고력이라는 성공의 키워드들은 아무리 트렌드가 바뀐다 해도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나는 아주 사소한 물질 대사 과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가지 하고 싶다.
한때 <아침형 인간>이란 책이 일대 유행이었다. 당시 꽤 많은 기업 CEO들이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새삼스럽게 ‘기본’을 일깨우는 내용이고 “더욱 열심히 잘 하자”는 취지이긴 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이 정말 끔찍한 직장인들에겐 은근히 부담이 되는 선물이었다는 얘기도 무성했다.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 좋은 계획을 세운 분들이 많을 것이다. 조깅, 체조 등의 운동, 어학 공부, 업무 사전 숙지 등등.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운동이다.
건강 유지 혹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일찍 일어나 조깅을 하거나 헬스 클럽에서 땀을 흘리고 나서 샤워하고 난 다음 상쾌한 기분으로 일과를 시작한다……매우 매력적이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프로 스포츠맨이 아니라면,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려는 비즈니스맨이라면 가벼운 산책과 맨손 체조를 제외한 아침 운동은 금물이다. 조깅이나 러닝 머신 운동 직후에는 상승된 체온과 심리적인 흥분 때문에 마치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는 착각이 든다. 그러나 운동으로 올라간 체온이 다시 내려가기 시작하면 교감신경계보다 부교감신경계가 강해지기 때문에 졸음이 오기 시작한다. 게다가 그 타이밍은 대개 출근하여 마음 가다듬고 일을 시작하려는 순간과 일치한다.
특히 운동에 의해 심박수가 100을 넘어 운동량 증가에 따라 피로가 급격하게 심해지는 무산소성 역치(AT ; Anaerobic Threshold) 포인트에 도달할 경우 피로 물질이 급격하게 분비되는데, ‘아침에 몸을 푼다’는 표현과는 달리 아침 일찍부터 피로를 미리 축적하고 그날의 일과를 시작하게 되는 형국인 것이다. 결국 오전 업무나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새벽에 일어나 수영이나 배드민턴과 같은 격렬한 운동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운동 그 자체의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효과와, 다른 오전 일과와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의 실제적 영향력은 다른 문제이다. 운동 자체를 즐긴 것인지, 체력 면에서나 정신력 면에서 정말 아침에 해야 할 중요한 일에 긍정적인 효과를 끼치는 운동을 한 것인지의 여부는 자세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운동은 하면 할수록 좋다는 취지에서 아침부터 최대한 땀을 빼는 운동을 하고(사우나를 포함하여), 하루라도 그런 운동을 거르면 못 견디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도가 지나치면 운동 중독이라는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그것은 격렬한 아침 운동 직후에 마치 심신의 각성이 최고조에 달한 것 같은 기분과도 유사한 것이다. 예컨대 앞에서 말한 AT 포인트에서는 모르핀보다 최대 400배나 진통 효과가 강한 베타 엔도르핀이 뇌하수체 전엽에서 평소보다 2~5배 정도 많이 분비되어 일종의 쾌감을 느끼게 한다.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오전 업무를 망치든 말든 운동의 쾌감에 탐닉하게 되는 것,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정도를 넘어 그날의 일과에 대한 구상이 들어설 틈이 없게 하는 아침 음악 감상 등은 술과 담배에 대한 탐닉과 마찬가지로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빌 게이츠의 다음과 같은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침에 차를 한 잔 마신 뒤에는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전적으로 일 부려먹는 사장의 입장에서 나온 말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그랜트 스터디라는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2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평생을 관찰하여 누가 어떻게 성공하고 누가 어떻게 실패하는지를 분석하는, 좀 오싹한 프로젝트이다. 이 연구의 책임자인 조지 E. 베일런트 박사는 그 결과 중 하나를 일러준다. "꿈을 실제로 이룬 사람들의 중요한 공통점 중 한 가지는 즐거움을 뒤로 미룰 줄 아는 능력이다." 부자 아빠 엄마가 되든, 올해의 여러 투쟁과 쟁의에서 승리하든, 국정을 안정시키고 개혁을 성공시키든, 로또 복권에 당첨되든, 신당을 창당하든, 올 시즌 우승을 하든 말이다. 물론, 우리 수많은 건전한 근로 대중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즐거움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게끔 여전히 강요당하고 있기도 하지만.
특히 운동에 의해 심박수가 100을 넘어 운동량 증가에 따라 피로가 급격하게 심해지는 무산소성 역치(AT ; Anaerobic Threshold) 포인트에 도달할 경우 피로 물질이 급격하게 분비되는데, ‘아침에 몸을 푼다’는 표현과는 달리 아침 일찍부터 피로를 미리 축적하고 그날의 일과를 시작하게 되는 형국인 것이다. 결국 오전 업무나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새벽에 일어나 수영이나 배드민턴과 같은 격렬한 운동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운동 그 자체의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효과와, 다른 오전 일과와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의 실제적 영향력은 다른 문제이다. 운동 자체를 즐긴 것인지, 체력 면에서나 정신력 면에서 정말 아침에 해야 할 중요한 일에 긍정적인 효과를 끼치는 운동을 한 것인지의 여부는 자세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운동은 하면 할수록 좋다는 취지에서 아침부터 최대한 땀을 빼는 운동을 하고(사우나를 포함하여), 하루라도 그런 운동을 거르면 못 견디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도가 지나치면 운동 중독이라는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그것은 격렬한 아침 운동 직후에 마치 심신의 각성이 최고조에 달한 것 같은 기분과도 유사한 것이다. 예컨대 앞에서 말한 AT 포인트에서는 모르핀보다 최대 400배나 진통 효과가 강한 베타 엔도르핀이 뇌하수체 전엽에서 평소보다 2~5배 정도 많이 분비되어 일종의 쾌감을 느끼게 한다.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오전 업무를 망치든 말든 운동의 쾌감에 탐닉하게 되는 것,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정도를 넘어 그날의 일과에 대한 구상이 들어설 틈이 없게 하는 아침 음악 감상 등은 술과 담배에 대한 탐닉과 마찬가지로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빌 게이츠의 다음과 같은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침에 차를 한 잔 마신 뒤에는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전적으로 일 부려먹는 사장의 입장에서 나온 말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그랜트 스터디라는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2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평생을 관찰하여 누가 어떻게 성공하고 누가 어떻게 실패하는지를 분석하는, 좀 오싹한 프로젝트이다. 이 연구의 책임자인 조지 E. 베일런트 박사는 그 결과 중 하나를 일러준다. "꿈을 실제로 이룬 사람들의 중요한 공통점 중 한 가지는 즐거움을 뒤로 미룰 줄 아는 능력이다." 부자 아빠 엄마가 되든, 올해의 여러 투쟁과 쟁의에서 승리하든, 국정을 안정시키고 개혁을 성공시키든, 로또 복권에 당첨되든, 신당을 창당하든, 올 시즌 우승을 하든 말이다. 물론, 우리 수많은 건전한 근로 대중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즐거움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게끔 여전히 강요당하고 있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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