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직장인 여성 10명 가운데 8명 꼴로 한국 사회에서 육아와 사회생활의 병행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는 최근 전국 만 19~44세 직장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여성의 ‘출산 및 양육과 관련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77.1%가 ‘육아와 사회생활 병행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8일 발표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특히 연령이 낮고(20대 82.8%, 30대 77%, 40대 초반 66%), 아직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경우(미혼 81.9%, 무자녀 기혼자 73.3%, 유자녀 기혼자 65.9%)에 일과 가정의 양립을 더욱 어렵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견줘 최근 육아와 사회생활의 병행을 위한 환경이 조금씩 갖춰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직장인 여성은 전체 29.7%에 그쳤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데 동의하지 못하는 의견 역시 젊은 여성층(20대 20.5%, 30대 28.3%, 40대 초반 51%)과 미혼 여성(미혼 25.1%, 무자녀 기혼자 37.2%, 유자녀 기혼자 39.3%)에게서 더욱 뚜렷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출산 및 양육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전체의 27.6%에 불과했다.
출산에 대한 고려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30대 여성 직장인(20대 28.5%, 30대 25.8%, 40대 초반 29.5%)과 미혼자(미혼 26.3%, 무자녀 기혼자 27.9%, 유자녀 기혼자 31%)에게서는 이런 시각을 찾아보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일반 회사원(24.8%)과는 달리 공무원과 교사(68.8%)는 출산과 양육 활동에 대한 별다른 제약이 없어 보이는 것도 특징이었다.
현재 재직중인 회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통해서도 여성의 출산과 양육을 배려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직장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직장인 여성의 45.3%만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출산휴가의 신청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결혼 및 출산을 앞두고 있는 20대(35.3%)와 미혼(39.6%) 여성이 회사에서 출산휴가의 신청을 받아들이기를 꺼려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육아휴직의 신청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는 여성 직장인도 전체 33.7%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20대(29%)와 미혼(30.4%) 여성의 동의율이 낮은 편이었다.
전반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여성들의 출산과 양육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결국 많은 직장 여성들이 회사의 눈치를 보면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일반 회사원에 비해 공무원·교사는 상대적으로 출산휴가(일반 회사원 42.9%, 공무원·교사 79.7%)와 육아휴직(일반 회사원 30.7%, 공무원·교사 78.1%)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환경 속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육아휴직 사용도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절반 가량(51.8%)이 현재 직장에서 출산 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선후배 및 동기들이 없는 편(별로 없다 25.6%, 전혀 없다 26.2%)이라고 답했다. 역시 공무원·교사보다는 일반 직장인 여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동료가 별로 없거나(일반 회사원 27%, 공무원·교사 4.7%), 전혀 없다(일반 회사원 27.2%, 공무원·교사 10.9%)고 느끼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또 현재 자녀가 있는 기혼자의 63.9%는 출산 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했었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주로 회사에 인력이 부족하고(25.5%, 중복응답), 일을 쉬면 경제적으로 어렵다(24.2%)는 점을 꼽는 유자녀 기혼자들이 많았다. 이와 함께 회사 사정상 육아휴직 급여를 받기 어렵고(18%), 업무 특성상 대체 인력이 부족하다(16.1%)는 응답도 상당한 수준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회사 차원의 문제와 개인의 경제적 문제가 함께 뒤섞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직장인 여성 10명 가운데 7명(71.1%)은 높은 연봉보다는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는 환경이 직장선택에 있어서 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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