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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필진]여가시간 늘어났지만 행복하지 않다

등록 2005-11-11 13:56수정 2005-11-11 13:56

주5일 근무제의 확산과 여가
2002년 7월에 금융권에서 주 5일 근무제(주40시간 근무제)를 먼저 시행했으니 어느덧 벌써 주5일 근무 시대가 시작된 지도 3년 정도가 지났다. 특히 정확히 3년 전인 2002년 11월에는 제2금융권에서 자발적인 주 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노사 합의하에 주 40시간 근무제가 폭넓게 확산되기도 한 시기이다. 주 5일 근무제는 단순히 토요일 하루 출근을 안 한다는 개념보다 금요일 저녁이후 19시간 정도의 추가적인 여가시간이 생겨난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기 때문에 개인의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견되기도 하였다.

주5일 근무제는 시간이라는 여가의 구조적 제약을 완화시켜줌으로써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가활동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그 이견이 없었다. 물론, 주 5일 근무제 실시가 개인이 여가활동을 수행하는데 있어서의 다른 제반 요소들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서만 이러한 제약의 완화는 이루어질 수 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주 5일 근무제 도입 3년, 종업원 1천명 이상 대기업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개인의 여가와 정부의 정책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을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향후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변화를 살펴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여가시간은 증가, 하지만 여가생활은 제자리

실제 여러 주 5일 근무제와 여가의 관계를 분석한 학술 논문, 관련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주 5일 근무제로 인해 개인의 여가시간은 증가하며, 다른 요일은 주 5일 근무제 실시 전과 차이가 없으나, 토요일 여가시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가의 양적 증대는 가져왔으나, 그것이 여가의 질적 수준의 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데 있다. 즉, 많은 직장인들이 여가시간에 하는 활동인 TV시청, 휴식, 친구·동료와 술마시기 등 어떻게 보면 소극적인 여가활동이 교외에 나간다거나, 자기 계발을 위해 취미·창작 생활을 하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여가활동으로의 변화는 아직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유물변증법의 표현을 빌리자면, 양질전화의 수준이 아직 다다르지 않았다고나 할까?


게다가 보다 심각한 것은 IMF 경제위기 이후 약 4년간 여가생활에 사용되는 소비와 개인의 여가만족 수준을 비교해보았는데 여가생활에 사용되는 소비는 4년간 점차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가만족 수준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이 보였다. 이 이야기는 개인이 어떠한 상품을 구매하여 소비하고, 만족을 얻는 경제활동이라 본다면, 여가생활을 위해 입장료를 지불하고, 외식비로 사용하고, 물품을 구매하는 일련의 여가활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여가만족에는 영향을 주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맑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른바, 여가 소외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여가정책은 몇 시에 와 있는가?

문화관광부에서는 지난 2003년 민관합동으로 주 5일 근무대비 TF팀을 운영하였으며, 여기에서 나온 논의의 결과물을 구체화시키기 위하여 2005년 현재까지 여러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고, 2006년에는 문화정책국에서 여가문화 활성화 대책 연구를 위해 3억원의 예산을 책정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의 여가정책이 문화관광부가 주도가 되어 시행이 되다보니 사실 개인은 여가활동을 위해 임금도 고려해야 하고, 회사 문화나 여건도 고려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사회 구조 및 체계와는 괴리된 정책들을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기존의 실과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나타나는 정책의 현실은 여가정책을 위해 범조직적 노력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업의 경우 현재 조직 업무의 연장선에서 말만 여가정책을 붙인 사업도 존재하며, 그러다보니 도대체가 기존에 진행되었던 사업과 차별화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나의 사례로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여가정보 체계구축 기본방안’의 경우, 기존의 문화, 관광, 스포츠 정보를 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이미 이러한 사업은 문화정보화 추진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일정 부분 다루었다. 만약, 문화관광부, 노동부, 재경부 등이 범조직적으로 여가국 또는 TF팀을 만들어서 운영을 했더라도 이러한 사업의 내용을 수행했을까?

특히, 직장인들은 주5일 근무제 시행보다 더욱 크게 체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IMF 경제위기 이후 늘어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증가, 고용 불안정 문제이다. 거기에 기업 내부의 문화는 여전히 직장 상사보다 일찍 퇴근하면 '회사 그만두고 싶냐'는 농담아닌 농담이 존재하는 노동 중독 사회에서 여가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여가 공간만을 마련하는 여가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겠는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이미 개인은 내재적으로 여가에 대한 제약감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사회 구조의 변화는 외면한 채 그저 물질적인 제약만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주5일 근무제가 100% 시행된다 할지라도 크게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필연의 영역에서 자유의 영역으로

맑스는 진정한 인류역사의 발전은 ‘필연의 영역’인 노동의 사회가 아닌 ‘자유의 영역’으로 나아가야만 자체 목적으로서 의의를 갖는 인간의 힘이 발현될 것이라 이야기하였다(자유의 영역을 공산주의 사회라고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보하기로 하자. 다만, 노동일을 감소하고 보다 창의로운 활동을 하는 사회라고 해석을 하는게 논란의 여지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자유의 영역으로의 이행은 주 5일 근무제와 같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개인이 여가 소외와 괴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구조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문화관광부뿐만 아니라 다른 관련 부처에서 함께 여가활동 향상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보다 근본적인 치유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개인의 휴테크를 강조하고, 노는 것도 경쟁력이라고 말하는 것도 좋지만 그 이야기에 어울리는 사람들은 양극화의 한쪽 극만을 위한 처방이라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노동시간 단축은 그동안 노동계의 끊임없는 요구와 투쟁에 대한 결과이다. 물론, 지금의 법적 근로시간만 단축되고 나머지 요구는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한 현행 주 5일 근무제 또한 점차 바뀌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약 3년 정도의 주 5일 근무제 시행 결과를 보면 여가 시간의 증대가 개인에게 행복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업이나 금융권과 같이 상대적 임금수준이 높은 노동자가 이러한 수준인데, 중소기업은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정부에서도,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서도 문화관광부의 여가정책에 대해 다시 한 번 근본적인 치유책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물론 그 답안을 찾기는 정말 어려울 듯 싶다. 하지만 문제에 대한 고민과 대안을 모색하는 시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의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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