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대학에 한명뿐인 여학생과 워크숍에 가고 싶어 하는 남학생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린 텔레비전 광고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광고로 ‘공대 아름이’는 공대에 재학 중인 소수 여학생을 지칭하는 말이 됐다. 아름이의 삶은 어땠을까.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가 ‘과학의 날’(21일)을 맞아 교육통계연보(교육부), 취업통계연보(고용노동부) 등에서 뽑아낸 통계를 바탕으로 ‘82년생 공대 아름이’의 대학 입학과 졸업, 취업, 결혼, 육아 등 주요 시기별 삶을 살펴봤다.
2001년. 19살 아름씨가 공대에 입학했다. 신입생 환영회에 가보니 여학생은 자신을 포함해 2명뿐이었다. 2001년 공대 입학생 10만4112명 가운데 여학생 비율은 1만9802명으로 19%에 그쳤다.
2006년. 아름씨가 취업을 준비한다. 공대 출신이라 직장 잡기가 쉬울 거라 기대했는데, 동기 남학생보다 힘들다. 2006년 공대 여성의 졸업 직후 취업률은 63.2%로 남성(70.6%)보다 7.4%포인트 낮다. 전공과 취업 뒤 업무 일치도도 64.8%로 남성(80.3%)보다 낮았다.
아름씨는 다행히 졸업하자마자 취업에 성공했다. 입사 동기 10명 중 여성은 혼자였다. 2006년 민간기업 연구기관 정규직 신규 채용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13%였다. 여성 팀장과 임원 비율도 낮았다. 민간기업 연구기관의 중간 관리자 이상 1만4252명 가운데 여성은 546명(3.8%)에 그쳤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은 더 낮아져, 팀장급은 5%, 실·부장급은 2.9%, 임원은 0.8%였다.
2012년. 30살이 된 아름씨는 결혼해 임신을 했다. 아이가 생겨 기뻤지만, 출산휴가를 가려니 눈치가 보인다. 연구 프로젝트를 대신할 사람이 없으니 제도가 있어도 사용하기가 어렵다. 2012년 민간기업 연구기관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도입률은 각각 98.1%와 95.7%에 달했다. 하지만 30대 초반의 공학 전공 기혼여성 11만8474명 가운데 42.4%인 5만240명이 임신·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다.
2013년. 경력단절 1년차인 아름씨는 출산·육아로 퇴사한 유부녀 입사 동기 모임에 나갔다. 동기들은 여전히 경력단절 상태이거나, 복귀하더라도 이전보다 적은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2013년 기준 공학 전공 여성은 재취업까지 평균 4.5년이 걸렸다. 재취업에 성공한 공학 전공 여성의 평균 임금은 110만원으로 경력단절 전(176만원)보다 66만원 이상 줄었다.
2018년. 36살 아름씨는 올해로 경력단절 6년 차다. 전공을 살려 다시 일하고 싶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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