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까지 30만명 증가
늘어난 저임 비정규직들
직업훈련 교육서도 소외
“올해에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민생대책으로 추진해서 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1월13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이렇게 청사진을 밝혔다. 재정경제부도 연초에는 40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지연되자 하반기들어 목표치를 30만개로 슬그머니 낮춰잡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참여정부의 일자리 창출 성적은 얼마나 될까? 정부가 말하는 일자리 창출 숫자는 취업자 수 증가를 의미한다. 1~11월 취업자는 전년 동기보다 30만8천명 늘었다. 이 숫자로만 보면, 정부의 올 목표치가 어느정도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제 규모나 일자리 수요로 볼 때 1년에 최소한 40만~50만개의 일자리는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자리의 양 못지않게 문제가 되는 것이 일자리의 질이다. 전문가들은 일자리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로 고용안정성, 임금수준, 직업능력개발 등 3가지를 사용하는데, 3가지 잣대 모두 악화되고 있다.
고용안정성을 보여주는 비정규직 규모가 노동부 기준으로 지난해 539만4천명에서 올해는 548만3천명으로 8만9천명이 늘었으며, 그나마 올해 늘어난 일자리 중에서 36시간 미만 일자리가 전체의 75%나 차지한다. 임금수준은 저임금 근로자(중간소득의 3분의 2 이하)의 숫자 추이로 볼 수 있는데, 저임금 근로자는 지난해 26.3%(383만명)에서 올해는 26.8%(401만명)로 증가했다. 신민영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 일자리 계속 줄어들고 개인·공공서비스 등 저임 서비스업 위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좋은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동연구원이 직업훈련 참가율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상용직은 14.1%가 훈련에 참가했으나 임시직과 일용직은 2.7%와 1.4%에 불과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비정규직이나 저기능 인력은 훈련효과가 별로 없다며 핵심 직종 위주로 교육기회를 주고 있어 직업훈련에서도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저임금 일자리에서 중간 또는 고임금 일자리로 이동하는 능력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양과 질 모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 자체가 점차 약화하는데 기인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부족한 것도 이유가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금재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 정책을 내놨지만 추가적 일자리 발굴 사업 외에는 일반적인 경제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며 “경제만 활성화되면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 아니냐는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고용시장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중고령층과 자영업자가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정부는 면피성 대책만 내놓을게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병유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으며 일자리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경제정책과 산업정책, 그리고 고용 및 복지정책, 조세체계 등을 생산성 향상과 고용창출의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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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효과 있지만 활용 적어
일자리 나누기·빈자리 채우기 사업 어떻게
정부의 추가적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는 사회적 일자리 외에 ‘일자리 나누기’ 사업과 ‘중소기업 빈 일자리 채우기’ 사업이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사업은 홍보부족 등의 이유로 활용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은 이 사업이 신규고용이나 고용유지에 비교적 성과가 높다고 대답했다.
일자리 나누기 사업은 근로시간을 단축한 뒤 정규직 근로자를 추가 고용한 기업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중소기업 근로시간단축 지원금제도’와 교대제를 3조 이상으로 전환해 근로자가 늘어난 기업에 지원하는 ‘교대제전환 지원금제도’가 있다.
근로시간단축 지원금은 지난해에는 339개 사업장(일자리 1337개 증가), 올해(1~8월)는 353개 사업장(일자리 1541개)이 활용했다. 참여 업체들의 46%는 이 사업이 신규고용이나 고용유지에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으며, 50%는 근로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킨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교대제 전환지원금은 지난해 2개 업체(일자리 80개), 올해는 6개 업체(일자리 284개)가 활용했다. 이 사업의 경우 참여 업체들은 전반적인 사업효과와 사업 지속성에 대해 낮게 평가했다.
중소기업 빈 일자리 채우기 사업 중에서 ‘신규업종 진출 지원금제도’와 ‘고용환경개선 지원금제도’는 10개 안팎의 업체들만 활용했다. 그러나 ‘신규고용 촉진 장려금 제도’는 지난해에는 2560개 사업장(일자리 6113개), 올해는 7967개 사업장(일자리 4만1530개)이 활용해 다른 제도에 비해 활용도가 높았다. ‘전문인력채용 장려금 제도’도 지난해 179개, 올해 364개 사업장이 각각 245명, 787명의 전문인력을 채용하는데 활용됐다. 참여 업체들은 이 두 제도의 경우 고용창출 성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각각 66%, 74%가 ‘그렇다’고 답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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