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목표 넘긴 LG텔레콤, CID 무료화 요구 여론에 머뭇
‘성과급 잔치를 벌이자니 고객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고.’
엘지텔레콤이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는 성과급 잔치를 열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 업체 경영진은 지난해 초, 올해 650만 가입자 돌파 목표를 이루면 성의 표시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엘지텔레콤 가입자는 꾸준히 늘어 12월 말에는 650만9849명에 이르렀다. 직원들쪽에서 보면, 성과급 잔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회사 내부에서는 200~300% 정도의 특별 상여금이 지급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경영진은 고민스럽다. 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니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당연하지만, 에스케이텔레콤이 지난 1일부터 발신자전화번호표시(CID)를 무료화하면서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시아이디 요금 무료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성과급을 나눌 생각을 하니 찜찜하기 그지 없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1일부터 시아이디를 무료화했지만 케이티에프와 엘지텔레콤은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미루고 있다. 더욱이 엘지텔레콤은 경쟁업체보다 2배 비싼 월 2천원씩의 요금을 받고 있다.
엘지텔레콤 관계자는 “직원들의 사기를 생각해서라도 성과급을 주는 게 당연하지만, 경쟁업체는 공짜로 제공하는 시아이디 요금을 2배나 비싸게 받으면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고객들의 비난이 쏟아질까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