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힘드네요. 대학생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진짜.”
지난 10일, 세종시 교육부 앞. 영남대학교 총학생회장 박종주 씨가 벌겋게 익은 얼굴로 말했습니다. 종주 씨를 비롯한 경산 지역 5개 대학 총학생회장단 9명은 지난 2일 교육부장관 면담 요청 기자회견을 하고 경산시청에서부터 세종시까지 230km를 걸어왔습니다. 30도가 넘은 뙤약볕 아래 몸도 마음도 엉망이 돼 가며 고행을 자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등록금 일부 반환’을 내걸고 있지만, 그 밑바닥엔 더 큰 이유가 있었습니다.
‘내 손안의 Q’ 팀은 이들을 비롯, 등록금 반환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대학생 30여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대학가 수업의 질이 엉망이 됐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습니다. 학생들은 수업의 질 자체도 문제지만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더 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유튜브에서 예전에 본 강의를 교수님이 보라고 하시길래 ‘교수님 전 이미 봤는데요’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교수님이 ‘그럼 넌 비비크림이나 바르고 있어’라고 하시더라구요.” 이 학생은 교수의 위계에 눌려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교수 한 명의 저열한 발언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은 각 대학과 정부로부터 훨씬 세련되고 단단한 방식의 ‘묵살’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등 행동에 나선 건 이런 막막한 현실 속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입니다.
경산 지역 총학생회장단의 국토대종주도 이런 행동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10일 오후 1시 40분 교육부에 도착한 이들을 맞이한 교육부 과장은 기존의 답변을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정확하게 실태를 파악해보라”고 교육 당국에 지시했습니다. 정부가 뒤늦게 문제 해결에 나서기 시작한 것입니다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등록금 문제를 둘러싼 대학생들의 보다 자세한 이야기, ‘내 손안의 Q’를 통해 확인하십시오.
김현정 피디 hope021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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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대학학생회 네트워크는 지난 5월 18일부터 등록금 반환 소송인단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한겨레TV <내 손안의 Q> 갈무리
경산 지역 5개 대학 총학생회장단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8박 9일동안 경산시청에서 세종시 교육부 청사까지 230KM를 걸어 왔다. 한겨레 TV<내 손안의 Q> 갈무리
연재내 손안의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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