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팔라진 상승세 지금까지 이어져
집값 상승 기대감 꺾이자 ‘반전세’ 확산…전세 매물 ‘실종’
지난 10년간 국내 주택 전셋값은 얼마나 올랐을까? <한겨레>가 국민은행 케이비(KB)부동산의 전세가격 종합지수 시계열 자료 10년치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3년 10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120개월간 전국 전세가격은 43.5%, 수도권 전세가격은 45.2%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 10년 전 전셋값이 1억원이었던 집이라면 현재는 1억4520만원으로 올랐다는 뜻이다. 이 기간 전셋값 상승률은 소비자 물가상승률(2006~2012년 17.5%)에 견줘 두배가 넘는다.
※타임라인의 파란 부분에 커서를 올리면 시기별 부동산 대책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전세가격 변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라졌고 지금까지도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앞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매맷값이 급등했던 참여정부 시기에는 전셋값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10년간 수도권 전셋값 3차례 장기 상승…하락 시기는 단 두 번전셋값 추이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전셋값은 몇차례의 변곡점을 겪으면서 상승과 하락이 반복됐던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 수도권 전셋값은 세 차례의 등락을 거듭했다. 수도권 전셋값은 2003년 10월부터 하락세를 나타내 2005년 1월까지 9.9% 떨어졌다. 이후 회복세를 탄 전셋값은 2008년 10월까지 4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24.7% 상승했다. 이후 2009년 2월까지 잠깐 내림세를 보이더니 3월부터는 2011년 11월까지 33개월 연속 오르면서 25.3% 상승했다. 이후 잠시 숨고르기 국면을 보이던 전셋값은 2012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6개월 연속 올라 7%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올들어서만 수도권 전셋값은 5.47%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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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3차 전셋값 상승 국면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8월 정부가 ‘8·28 전월세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셋값 상승세는 좀처럼 꺽이질 않고 있는 중이다. 현재 전세시장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줄어들고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전세의 보증부 월세(세입자가 집주인에세 일정 보증금을 맡기고 전세금에서 보증금을 뺀 차액을 월세로 내는 방식)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2차 전셋값 상승 국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3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33개월 연속 전셋값이 올랐던 시기다. 이 때는 주택 매맷값이 꾸준히 안정세를 보인 것이 전셋값 상승을 가져온 배경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대량 공급하면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것이 전세에 눌러앉는 대기수요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당시 거의 3년간 수도권 주택 매맷값은 미미한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값이 소폭 내려, 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3년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참여정부 후반기 3년과 이명박 정부 초기 1년에 걸쳐 있는 1차 전셋값 상승국면(2005년 2월~2008년 10월) 때는 연평균 전셋값 상승폭이 5% 정도를 기록했다. 당시의 물가나 경제성장률에 견줘볼 때 전셋값의 체감 상승률이 그리 높지는 않았던 때이다.
지난 10년간 수도권 전셋값이 하락한 시기는 딱 두차례 있었다. 참여정부 초기인 지난 2003년 10월부터 2005년 1월까지 16개월과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4개월이다. 이 가운데 참여정부 초기에는 전셋값이 떨어진 기간이 비교적 장기간이고 내림폭(-9.9%)도 적지 않은 수준이었던 것이 눈에 띈다. 특히 당시 전셋값 하락이 시작될 무렵‘10·29 부동산종합 대책’이 나왔다는 것도 주목된다. 참여정부의 2003년 ‘10·29 부동산종합대책’은 장기공공임대주택 150만가구 건설, 판교·화성·김포·파주 등 4개 신도시 19만가구 공급, 투기과열지구 6대 광역시와 도청소재지로 확대, 분양권 전매금지, 재건축아파트 개발이익 환수 등을 뼈대로 주택공급 확대와 함께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려는 규제책이 한꺼번에 망라된 참여정부 초기의 대표적 부동산 대책이었다. 10·29 대책은 그 효과가 1년4개월 정도의 단기간에 그치기는 했어도 전셋값과 함께 주택 매맷값을 안정시키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이명박 정부 초기의 2차 전셋값 하락기는 불과 4개월로 단기간에 그쳤다. 또 당시 4개월간 주택 매맷값도 전셋값과 비슷하게 움직였다. 이때는 미국 리먼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국내 주택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주택시장 내부의 수급 요인이 아니라 경제적 충격이 일시적으로 주택 수요를 위축시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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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전셋값 변동 흐름은 지난 10년간 수도권과는 전혀 딴판으로 전개됐다. 5대 광역시의 전셋값은 2003년 10월부터 2008년 말까지 5년간 소폭의 등락이 있기는 했지만 거의 오르지 않았다. 전셋값이 본격적인 오름세를 탄 것은 2009년 4월부터이며, 올해 10월 현재까지 55개월 연속 39.8% 상승 중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수도권과 차별화된 가장 큰 특징은 주택 매맷값과 전셋값의 ‘동조화 현상’이다. 매맷값이 안정된 시기에는 전셋값도 안정됐고 집값이 오름세를 타면서 전셋값도 동반상승하는 현상이 뚜렷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지방 광역시도 수도권처럼 전세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2009년 이후 5대 광역시 전셋값은 소폭의 오름세를 거듭했고 올들어서도 10월까지 평균 전셋값이 3.12% 올랐다. 지방 전셋값의 이같은 상승 기조는 과거 단독주택(다가구포함), 다세대주택의 비중이 높았던 광역시에서 최근 몇년 새 재고주택 가운데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아파트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방 광역시에서는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재개발 사업 등 아파트 건설 붐이 불어닥쳤고 이 결과 2010년 기준 5대 광역시의 아파트는 196만여채로 재고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7.6%로 높아졌다. 이는 2010년 기준 수도권의 아파트 비중(63.2%)을 웃도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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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에는 지방 광역시에서도 전세의 보증부 월세 전환이 증가하면서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다만, 지방 광역시는 수도권과 달리 주택 수요층인 가구수의 증가가 더디고 아파트의 경우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평균 70%를 넘어섰기 때문에 전셋값이 더 오를 여지는 수도권보다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현재 아파트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5대 광역시가 73.3%로 가장 높고 수도권은 63.9%, 서울은 62.5%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