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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체포된 의사가 아이티 대통령 암살 배후? 그럴 능력이…

등록 2021-07-13 12:43수정 2021-07-13 14:03

전 상원의원 스티븐 브놔가 12일(현지시각)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 청문회를 마친 뒤 변호사와 함께 법정을 나서고 있다. 포르토프랭스/로이터 연합뉴스
전 상원의원 스티븐 브놔가 12일(현지시각)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 청문회를 마친 뒤 변호사와 함께 법정을 나서고 있다. 포르토프랭스/로이터 연합뉴스
아이티 경찰은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주범으로 미국 플로리다의 아이티계 미국인 크리스티앙 에마뉘엘 사농(63)을 체포했지만,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외신들이 전하는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농은 플로리다의 경비 용역업체 ‘CTU 씨큐러티’와 접촉해 콜롬비아 군출신 용병들 모은 뒤 지난달 이들 용병 몇몇과 함께 개인 항공기를 타고 아이티에 왔다. 동행한 콜롬비아 용병의 임무는 애초 ‘사농 경호’였지만 ‘모이즈 대통령 체포’로 바뀌었고, 이들은 지난 7일 모이즈 대통령의 숙소를 습격해 그를 살해했다.

아이티 경찰은 아이티에 있는 사농의 집에서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로고가 달린 모자 하나와 총탄 스무 상자, 총기 부품, 차량 두 대와 도미니카 공화국 차량 번호판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아이티 경찰은 그가 모이즈 대통령을 대신해 아이티 대통령이 되려고 했다고 설명한다. 아이티 경찰은 또 사농과 함께 모의한 또 다른 배후 2명도 수사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신분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농이 살아온 이력을 살펴보면, 그가 대통령 살해를 모의하고 주도할 동기와 실력, 배경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2013년 플로리다 법정에 파산신청을 한 경력이 있다. 파산신청 당시 그는 스스로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구호단체를 운영하는 책임자이고 의사, 목사라며 한 달 수입이 5천달러(약 570만원)라고 밝혔다. 파산 신탁관리인은 나중에 그가 아이티에 35에이커 규모의 땅을 숨겨놓고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기록을 보면, 사농은 과거 20년 동안 물리치료업, 화석연료 거래업, 부동산중계업 등 여러 가지 사업에 손을 댔으나 모두 실패했다고 <에이피>(AP)가 전했다.

그는 아이티 정치권을 비판하기도 했다. 2011년 유튜브 비디오에서 그는 아이티의 지도자들을 부패한 약탈자라고 비난하며 “아이티의 삶을 바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은 폐쇄된 ‘아이티의 삶이 문제다’라는 웹사이트에서 자신이 아이티를 이끌도록 선택된 연합세력이 될 수 있다고 밝힌 적도 있다. 그러나 그는 아이티의 현실 정치와 연관된 어떤 일도 한 경력이 없고, 아이티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도 아니다.

지난 2000∼2010년 사농과 함께 아이티에 교회와 병원 세웠다는 미국 플로리다의 목사 래리 콜드웰은 “그 친구를 알지만, 그는 그런 잔혹한 살인 범죄에 참여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농의 또 다른 익명의 친구는, 사농으로부터 ‘미국 국무부와 법무부를 대리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자신을 찾아와 자신을 아이티 대통령으로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농이 모이즈 대통령 체포 작전이라고 생각했으며, 모이즈 대통령이 살해된다는 걸 알았으면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모이즈 대통령이 살해되기 며칠 전 사농이 그에게 전화해 콜롬비아인들이 모두 사라졌다며 “나 혼자 있다. 그들이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모이즈 대통령 암살 당시 경호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등에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아이티 경찰은 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나 콜롬비아 당국은 모이즈 대통령 경호 책임자인 디미트리 에라르가 1월~5월말 사이에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파나마, 도미나카 공화국을 여행했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경찰청장 호르게 루이스 바르가스는 “에라르의 여행 목적이 무엇이고 누굴 만나 무슨 일을 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며, 에콰도르 등의 경찰에도 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전 상원의원이나 대선후보인 스티븐 브놔는 지난주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이즈 대통령 암살 당시 경호원들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에라르는 이에 대한 <워싱턴 포스트>의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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