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웨어 ‘페가수스’ 제작사로 악명을 떨친 이스라엘의 ‘엔에스오(NSO) 그룹’ 누리집이 스마트폰에 띄어진 모습. 지난 7월 21일 촬영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 외국 정부에 국민 감시용으로 악용될 수 있는 스파이웨어를 팔아온 업체 네곳을 제재했다고 미국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3일 이스라엘의 ‘엔에스오(NSO) 그룹’과 ‘칸디루’가 “나쁜 의도로 (언론인과 활동가, 대사관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스파이웨어를 정부에 제공했다며 이들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엔에스오 그룹은 지난 7월 전세계 34개 나라의 정치인과 언론인, 기업가가 포함된 개인정보 5만건을 유출한 것으로 보도된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개발한 업체이다. 당시 피해자 중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주요 국가 지도자도 포함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상무부는 또 러시아의 ‘포지티브 테크놀로지’, 싱가포르의 ‘컴퓨터 시큐리티 이니셔티브 컨설턴시’에 대해서도 “정보 시스템에 인가되지 않은 접근에 사용된 사이버 툴”을 거래했다며 블랙리스트에 포함했다. 이들 업체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기업으로부터 소프트웨어를 살 수 없게 된다.
상무부는 이번 조처에 대해 “바이든-해리스 정부가 인권을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에 놓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엔에스오 그룹은 “우리 기술이 테러리즘과 범죄를 예방함으로써 미국의 국가안보이익과 정책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실망스럽다”고 반박했다. 또 “우리 제품을 잘못 사용한 정부 기관들과 계약 해지”를 했다며 이번 결정의 재고를 촉구했다. 포지티브 테크놀로지와 컴퓨터 시큐리티 이니셔티 컨설턴시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칸디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시엔엔>이 전했다.
스파이웨어 페가수스의 악용 사례를 추적해온 토론토 대학의 론 데이버트는 이번 미국 상무부의 조치에 대해 “거의 규제되지 않은 시장에 공공책임과 질서를 부여한 첫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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