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9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모더나 본사 앞에서 이 업체가 개발 과정에 세금이 들어간 코로나 백신을 과도한 이윤 추구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스티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가 2019년 기업공개로 5900만달러를 벌고, 지난해에는 연봉 1300만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케임브리지/AP 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의 핵심 특허를 둘러싼 모더나와 미국 국립보건원의 갈등으로 백신과 특허 기술 보급 전망에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백신의 핵심 설계를 두고 ‘우리 연구진만 참여했다’는 모더나의 주장과 ‘국립보건원 연구자들도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국립보건원의 입장은 1년째 팽팽히 맞서고 있다. 모더나가 세계적 성공을 거둔 백신 기술에 대해 특허를 신청하면서 자사 연구진만 창안자로 적은 게 발단이었다. 국립보건원은 소속 연구자 3명도 이 특허 기술 개발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며 이들도 창안자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모더나는 7월에 특허·상표청에 낸 서면에서 국립보건원 연구자들은 공동 창안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논란의 대상이 된 기술은 유전자 배열 설계에 관한 것이다. 인체 세포에 지시해 만든 무해한 돌기 단백질이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에 붙어 면역반응을 유도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모더나는 미국 안팎에서 백신 제조에 쓰는 여러 기술에 대해 특허 인정을 신청했는데 그 중에서도 유전자 배열 설계가 가장 중요하다.
모더나와 4년간 협업해온 국립보건원은 효력이 뛰어난 코로나 백신의 개발을 특별한 성과로 내세웠다. 미국 정부는 백신 개발 발표 때 이름을 ‘국립보건원-모더나 코로나19 백신’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모더나가 핵심 기술에 대한 기여를 부인하자 국립보건원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립보건원 산하 기구로 백신 연구를 총괄하는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의 대변인 캐시 스토버는 “국립보건원은 모더나의 특허 창안자 지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국립보건원의 창안자들을 빼놓는 것은 국립보건원의 특허 공동 소유 이익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반면 모더나의 콜린 허시 대변인은 “우리는 모더나 백신 개발에 대한 국립보건원의 중요한 역할을 늘 인정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특허 사건이 다루는 기술은 오로지 모더나의 과학자들만이 연구·개발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모더나와 국립보건원의 갈등이 더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백신 개발과 보급에 거액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모더나는 코로나 백신 개발 전에는 출시한 제품이 단 하나도 없던 회사였다. 미국 정부는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 개발과 시험, 백신 선구매에 100억달러(약 11조8천억원)를 투입했다. 모더나는 이 백신 매출을 올해 18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고, 내년 공급 계약도 벌써 200억달러어치에 이른다.
따라서 시민단체나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모더나가 막대한 이익을 독점하려고 배은망덕한 행위를 한다는 성토가 나온다. 소속 직원들이 특허의 공동 창안자로 인정되면 국립보건원은 백신 생산과 배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특허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진 모더나는 국립보건원 쪽이 특허 공동 창안자로 인정되면 상대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특히 국립보건원이 특허를 제3자들에게 제공해버리면 독점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소비자단체들은 미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특허권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특허·상품청은 특허권의 부여 여부만 결정하고 창안자 범위는 따지지 않는다. 결국 국립보건원이 백신 핵심 기술에 대한 지분을 인정받으려면 소송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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