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컴 엑스를 암살한 혐의를 받은 무하마드 아지즈가 1965년 2월26일 경찰서에서 경찰관의 보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1960년대 미국 급진적인 흑인민권운동가 맬컴 엑스(X)를 살해했다는 사람들의 유죄평결이 취하된다.
뉴욕 주검찰 맨해튼지검은 18일 맬컴 엑스를 암살한 혐의로 수십년간 복역한 무하마드 아지즈와 칼릴 이슬람의 혐의를 취하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및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사이러스 밴스 맨해튼지검장은 지난해 이 사건을 재조사해 이 두 사람이 혐의가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신문들은 보도했다. 밴스 지검장은 지난해 <넷플릭스>에 방영된 이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누가 맬컴 엑스를 죽였나?’를 보고는 재조사에 착수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맬컴 엑스 암살 혐의를 받는 3명 중 이 두 사람의 유죄평결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 재조사 결과, 이 두 사람의 결백을 입증할 증거들을 당시 수사기관들이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두 사람은 종신형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했다. 아지즈는 1985년에 석방돼, 현재 83살 노인이 됐다. 이슬람은 1987년에 석방됐으나, 2009년에 사망했다.
맬컴 엑스는 민권운동이 활발하던 1960년대에 과격한 흑인운동을 벌인 인사이다. 그는 ‘이슬람 네이션’이라는 급진적인 흑인 이슬람 단체를 기반으로 활동하다가, 1965년에 암살됐다. 이슬람 네이션 내의 알력으로 이 단체를 떠난 그는 뉴욕 할렘에서 연설을 하던 중 괴한들에게 총을 맞고 사망했다. 이슬람 네이션의 회원 무자히드 압둘 할림과 이번에 혐의를 벗은 두 사람 등 3명이 범인으로 기소됐다.
범행을 인정한 할림은 나머지 두 사람은 무고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으나, 재판에선 무시됐다. 할림은 아지즈와 이슬람이 결백하다고 재판 이후 계속 주장했다. 그는 나중에 선서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암살에 관여했다고 밝혔으나, 판사는 그의 진술만으로는 아지즈와 이슬람의 평결을 뒤집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는 맬컴 엑스의 암살자들은 이슬람 네이션의 뉴워크 지부 회원들이며, 이들은 지금도 잘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맬컴 엑스의 암살에는 정부 수사기관들도 관여됐다는 주장도 나돌았다. 맬컴 엑스가 미국의 백인사회를 부정하는 과격한 운동을 벌여서, 극우적인 수사기관 인사들이 그의 암살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맬컴 엑스는 노예제가 운용됐던 시절 백인들이 흑인 노예에게 지어준 이름을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본래 성인 '리틀'을 'X'로 바꾼 흑인운동 지도자다. 당시 최고의 프로 권투선수였던 무하마드 알리도 그에게 감화를 받아, 본명인 캐시어스 클레이를 버리고 개명하고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