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아마존의 무성했던 숲이 훼손된 모습. 마치 헤어 커터가 마구잡이로 머리를 밀고 지나간 것처럼 휑하다. 나무 두 그루가 용케 남아 있는 모습이 더욱 흉포한 벌채 현장을 증언하는 듯 하다. 지난해 8월 14일 촬영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의 삼림파괴가 15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브라질의 국립우주연구원(INPE)은 위성영상을 분석한 결과 2020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1년 동안 브라질 지역 아마존 열대우림 면적 1만3235㎢가 사라졌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가 19일 보도했다.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거의 22%가 늘어난 것이고, 2005~2006년 1만4286㎢가 파괴된 이래 가장 많은 면적을 잃은 것이다.
아마존 삼림의 파괴 면적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2019년 1월 집권한 이래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8년 8월~2019년 7월 사이엔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삼림훼손 면적이 34% 늘어났고, 2019년 8월~2020년 7월 사이엔 다시 7%가 늘어났다.
앞서 100여개 나라는 이달 초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삼림파괴를 중단하겠다는 서약을 했고, 브라질도 이에 참여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19년 집권 당시부터 아마존의 삼림훼손이 심각하다는 각종 연구조사 결과에 대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각종 환경규제를 완화하는 등 강력한 아마존 개발 정책을 추진해, 환경단체의 비난을 받아왔다.
이번에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됨에 따라, 보우소나루 정부의 삼림보호 의지에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이것이 보우소나루 정부가 입에 말린 말과 ‘그린워싱’으로 숨기려고 하는 진짜 브라질”이라고 대놓고 비아냥거렸다.
브라질 환경단체 ‘기후관측소’(CO)의 대표 마르시오 아스트리니도 “보우소나루 정부가 환경보호를 무너뜨리기 위해 계획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해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 발표가 지난달 27일 완성된 자료라는 점을 들어 “정부가 이번 자료가 이달 초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알려지지는 걸 꺼려 발표를 늦췄다”고 공격했다.
국립우주연구원을 관할하는 과학기술혁신부는 이런 주장에 대한 논평 요구에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조아킹 레이치 환경부 장관은 ”이번 발표에 최근 정부의 환경보호 노력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좀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이유로 발표를 늦췄다는 의혹에 대해선 “나도 발표 자료를 이번 주에 처음 봤다. 바로 당신들처럼”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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